요즘 `물’과 `불’이 신문 지면에서 사라지는 날이 없다. 가뭄과 산불이 화두가 돼버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시대의 화두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의 공통된 관심사다. 중국의 가뭄, 호주의 산불 피해 확산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현상이 이를 한마디로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예외로 뚝 떨어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안전지대는커녕 세계가 인정하는 물 부족 국가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가뭄이 가을, 겨울, 봄까지 세 계절 내리 이어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물 부족에 따른 시련과 고통이 갈수록 우심(尤甚)해지고 있다. 영덕지방 상수도 취수원인 오십천의 현황이 그 생생한 현장의 모습 가운데 하나다. 하천바닥 어느 곳에도 한 움큼이라도 물이 괴어 있는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바짝 말라붙었다. 그 위에 걸려 있는 다리가 되레 썰렁해 보이기만 한다.
경북도내에 제한급수지역이 182곳에 이르게 됐다.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영덕을 비롯해 김천, 영천, 영양, 안동, 문경, 청송 지역을 포함한 20개 시·군이 해당된다. 사실상 경북도내 전역이 제한급수·급수차량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가운데 영덕은 이미 두달째 급수차에 의존해 생활용수를 해결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생활용수 비상사태에 수돗물이 넘쳐나 주체 못 하겠다는 듯 40% 이상이 새어나가는 지자체가 경북도내에만 4곳이나 된다. 의성군은 생산된 수돗물의 50.0%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그 다음이 문경시 44.5%, 고령군 43.4%, 영주시 40.7%다. 환경부의 `2008 상수도 통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경북도내 1만3356세대 주민 3만여 명이 마실물 조차 없어 고통 받는 판국에 이런 불공평이 있을 수 있나 싶어진다. 그렇다면 나머지 지자체들은 수돗물을 완전하게 관리하고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누수율이 앞서 예시한 4개 시·군보다 적달뿐 수돗물이 땅속으로 줄줄 새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관이 낡은 탓이다. 녹이 시뻘건 수도관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그 위를 덮은 길은 해마다 치장에 바쁘다. 전시행정에 예산낭비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낡은 수도관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은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해마다 멀쩡한 도로는 파헤칠 돈은 있어도 구멍 난 수도관 바꿀 돈은 없다는 강변이다.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 알량한 행정에 정작 납세자들은 목에서 불이 날 지경이다. 납세자를 목마르게 하지 말라.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