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차별하는 도심재개발은 `시한폭탄’
  • 경북도민일보
세입자 차별하는 도심재개발은 `시한폭탄’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9.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주인은 5억원, 세입자는 2700만원이 전부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2009년 올해는 시작부터 우울하다. 설을 며칠 앞둔 1월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자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화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를 두고 정부·여당과 우파 진영은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좌파 진영은 서민 주거권과 생명권 등 기본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게임이론 관점에서 보면, 참사를 불러온 `용산 4구역 재개발 게임’의 상금(prize)은 `개발 이익’이다. 개발 이익을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두 당사자는 해당 구역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조합원들과 여기에 세를 든 주거·상가 세입자들이다.
 개발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소유주 조합원 재산권에 높은 가치를 두는 우파들은 개발을 촉진시키려면 소유주가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형평성을 강조하는 좌파들은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세입자들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 기준이 있다. 그것은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세입자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 갖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개발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 기준’이라고 한다. 용산 개발에서 파레토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세입자들이 개발 전 누리던 권리를 금전적으로 보상 받아야만 한다. 이것이 서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용산 재개발에서 과연 파레토 개선이 이뤄졌는가? 소유주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5억 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 훨씬 못 미치는 `공익사업 토지 등 취득보상 법’에서 정하는 보상금을 받고 상가를 비워줘야 했다. 용산 4구역에서 2004년 6월부터 식당을 경영한 세입자는 권리금 4500만 원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000만 원을 들였다. 하지만 그가 조합으로부터 제시받은 보상 금액은 2760만원이다. 법에 따라 책정된 것이다. 법에 따르면 주택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권, 주거이전비 4개월분과 이사비용을 지급한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에게는 휴업보상비 3개월분이 전부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정부 여당은 재개발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입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감사제를 도입하고 보상금 갈등을 조정하는 `도시분쟁조정위’를 설치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법 집행에 들어가면 용산참사 같은 엄청난 법 집행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거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격해지기 때문이다.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논리로 보면, 불법 폭력시위자들을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에 처하면 된다. 엄정한 법 집행이나 일벌백계 같은 주장들이 바로 이런 논리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불법 폭력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고 시위로 얻는 것은 많다는 것을 학습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 세입자 철거민들이 폭력시위에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이었을 수 있다.
 또 그들을 폭력시위로 내몬 것은 그들의 억울함을 법적으로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격한 `전국철거민연합’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세입자들이 전철연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법적 구제장치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전철연 서비스보다 더 나은 `대체재’라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다음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과 보상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폭력시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정부가 국민정서나 정치적인 이유로 법질서 확립에 미온적이라면 그런 정부는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용산 참사 여파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용산 참사에서 숨진 경찰관과 세입자들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법·제도와 어설픈 법 집행의 희생양이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법·제도를 바로잡고 법 집행 정당성을 확보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www.cfe.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