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는 지난 2002년 김영삼 기념관을 위해 김 전 대통령 생가 인근인 장목면 외포리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여론으로 시의회 예산 배정이 보류됐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거제 시 의회가 작년 12월 정례회에서 김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거제시와 시의회가 제정신인지 정신 감정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물론 전직 대통령 기념관이 필요할 수 있다. 성공했건 실패했건 전직 대통령의 기록은 역사로 남아야 하고, 이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또 지금은 `김대중 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념관이든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경제위기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아버지는 구조조정에 밀려나고 , 자식은 백수로 떠도는 마당에 30억원 이상의 생돈을 들이겠다는 게 제정신인가.
노무현 생가 복원은 더구나 말이 안 된다. 노무현 생가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엄연히 있다. 그런데 김해시는 이 생가를 뜯어내고, 대신 초가집 형태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생가복원에는 도비와 시비 4억9000만원씩 모두 9억8000만원이 투입된다. 그 돈이면 중소기업 몇 개를 살리고 일자리 몇 백 개를 만들 수 있다. `실패한 대통령’의 생가 복원에 찬성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노 전 대통령 스스로 거제시의 생가 복원 계획을 말려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친형 건평씨가 감방에 들어 앉아 있고, 본인이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15억원 이상을, 가족들까지 박 씨 돈을 받은 추잡한 거래의 중심에 있다. 생가를 복원하려거든 박 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하거나, 사비로 충당하기 바란다.
우리는 며칠 전 한 성자의 선종을 보았고, 그가 실천한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목도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육신에서부터 가진 것을 모두 이 세상에 남겨두고 묵주 하나만을 손에 걸고 떠났다.
얼굴에 주렁주렁 욕심을 달고 사는 전직 대통령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괴롭다. 제발 생가다, 기념관이다 입을 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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