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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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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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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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깃장’은 짐짓 어기는 행동이다. `어깃장(을)놓다’라든가, `어깃장(을)부리다’처럼 쓰면 동사형이 된다. 말만 들어도 심술과 심통이 배어나오는 것만 같다. 문장의 용례(用例)를 살펴보면 송기숙의 `녹두장군’에 몇 군데 나온다. “서로 좋자는 일에 초장부터 이로코 어깃장을 놓고나오면 앞에 나선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일을 하겄소.”
 어깃장이 일상이 된 곳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장단을 맞추기가 어렵다. 한 사람은 동쪽으로 가자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서쪽을 가리키면 그야밀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난감해질 것은 뻔한 노릇이다.일을 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면 장단이 잘 맞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때문일 것이다.
 경주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깃장’ `엇박자’가 떠오른다. 방폐장 유치에 성공했을 때는 모든 시민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출만큼 반기고 좋아했다.그러나 기쁨도,달콤한 꿈도 여기까지였다. 한수원 유치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동·서경주의 분열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방폐장 유치 지원금 3천억원은 15개월 째 낮잠을 자고 있다. 넝쿨 째 굴러들어온 호박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저마다 `사공’임을 자처하고 나온 탓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요즘 경주가 꼭 그런 모양새다. 경주시가 어제 경주시의회 임시회에 또 사업계힉안을 냈다. 벌써 세 번 째다. 이번에도 시의회 상임위는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시의회 본회의는 부결해 버리는 엇박자 의정(議政)이 되풀이해서 연출될지 궁금해진다. 돈 쓸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의회,주민,시민단체가 저마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다. 이처럼 돈 쓸 곳도 많거니와 의견도 넘쳐나지만 조율이 안되니 탈이다. `하세월 타령’엔 장단 맞춰 춤출 재주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 경주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뉴스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오는 시간은  짧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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