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염상섭이 40년 글쟁이 생활을 접으며 `무료한 실직자’란 글을 남겼다. “그날 그날의 생활목표가 있어야 겠는데, 할일을 놓친 것만 같아서 무료하기 짝이 없다.…(중략)…눈이 금시로 침침하여져서 신문 한 장도 변변히 읽는 때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고 썼다.
작가는 `할일’을 스스로 손에서 내려놓고도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요즘 세간엔 완전히 등 떠밀려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들에겐 `무료’니 `심심’이니 하는 소리조차도 사치스럽다고 여겨질 정도다. 생존수단을 찾는 일이 화급한 사람들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실직자들이다. 불황의 골이 날로 깊어짐에 따라 실직자들이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포항지역 실업급여 대상자가 9223명이다. 2007년 보다 1450명이나 더 늘어난 숫자다. 실업 급여 지급액 또한 지난해 346억6200만원을 기록했다.1년전 보다 37억원이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당국은 요즘 “일자리 창출”을 뻥튀기 소리 내 듯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지난 4년 동안 대구·경북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4만3000개다. 대구 3만, 경북 1만3000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들은 우선 고용지원센터부터 찾아와 “오죽하면 실업급여라도 받으러 왔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힘없고 나직한 소리이지만 벼락치는 소리로 새겨들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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