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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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를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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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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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새다. 노아의 홍수 때 올리브잎을 물고 방주로 날아 돌아와 높은 산까지 뒤덮었던 물이 빠졌음을 알린 것으로 적혀있다.
 성서 이야기가 아니라도 비둘기는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새다. 친숙한 정도가 아니라 까치와 함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가 하면 온갖 미운 짓도 골라가며 하는 새이기도 하다. 수의 힘을 믿는 탓인지 사람 골탕먹이기를 일삼아온 터였다. 곡식을 축내고, 독한 배설물로 문화재와 철골물을 부식시키기도 하는 애물단지다.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틀 때마다 사정볼 것도 없이 헐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비둘기마저도 유해 조수로 분류됐다.감당못할 만큼 빠른 번식력, 몸에 지닌 진드기, 독하기 이를 데 없는 배설물 따위가  시쳇말로 `비호감’이 돼버린 탓이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추킴을 받은 세월은 20년 남짓하다.오는 5월부터는 목숨까지도 먹이를 주던 사람 손에 맡겨야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그러고 보면 야생 조수만큼 사랑과 미움의 잣대가 일치하지 않는 동물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겨울 포상금까지 내걸린 가운데 좋은 사냥감으로 떠올랐던 고라니가 그 하나다. 영양에서는 과밀 번식으로 솎아내야만 할 대상이 되고 말았지만 산 채로 잡힌 녀석은 부산으로 옮겨져 귀하신 몸이 되지 않았던가. 비둘기 또한 개체수가 100만 마리를 넘어서자 유해동물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구생유전(鳩生流轉)이라고나 할까.  유해 야생동물로 입법예고된 비둘기가 앞으로도 각종 행사에서 하늘을 날며 평화를 기원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비둘기  대규모 번식의 단초가 됐던 행사가  아시안올림픽,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였기 때문이다. 천적인 매나 황조롱이가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사람이 변덕을 부리지 않아도 해결될 문제였다.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비둘기 애사(哀史)도 결국은 인재(人災)의 하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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