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둥지를 틀었던 기업체들이 포항을 떠나고 있다. 그것도 둥지를 버리는 기업체들이 줄을 이으니 큰 탈이다. 떠나는 기업들은 포항 `토종’이다. 토종 기업이 무엇인가. 포항에서 태어나 그 고향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기업체가 아닌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업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고향 땅에 애착도 클 것이고, 고장 발전에 이바지한 몫 또한 크리라고 생각한다.
포항을 떠나는 토종 기업들이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이나 바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웃 지자체인 경주로 옮겨 새 터전을 닦으려는 것뿐이다. 참에쓰앤씨(주)가 그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 기업은 지난 2005년 포항에서 설립됐다. 절단 가공한 후판을 STX, 두산중공업에 납품해 연간 130억 원 가량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종업원은 230여 명이다. 조립금속 및 제품제조공장을 더 짓기 위해 경주로 옮긴다. 문닫는 기업들이 잇따는 판에 공장을 더 지을 땅이 필요하다는 뜻을 알아듣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마련에 한몫하는 기업임에 틀림없다. 이런 우량기업이 왜 포항을 떠나는가. 포항철강공단 1~4단지 안에는 공장을 더 지으려 해도 공장 터가 없는 탓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똑같은 이유로 포항을 떠나는 기업들은 더 있다. 참에쓰앤씨(주)가 경주 천북일반단지 안에 공장 터를 마련했듯이 이 기업들도 같은 길을 가려하고 있다. 포항 북구 흥해읍 일대에 영일신항만 배후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도 굳이 떠나려 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포항시의 기업유치전략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증좌로 여길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그 동안 수많은 기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그 속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더니 상당 부분이 `뻥튀기’임이 드러난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홍보해왔지만 실적은 별 볼 일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판국에 알짜 토종기업들은 줄줄이 포항을 떠나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라고 판단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런 현상의 주원인은 공장 터 부족이다. 해결책은 제5공단, 국가 산업단지의 조기 완성뿐이다.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제시됐으면 적극 추진하는 길 밖에 더 있는가. 이는 관계 당국의 능력에 달린 문제다. 뻥튀기 홍보에 힘을 쏟는 대신 공장 터 확보에 더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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