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만에 무너져내리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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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만에 무너져내리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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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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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윤 환 (컬럼니스트)
 
 `보수’가 집권한지 1년 남짓이다. 이명박 우파 정부 집권으로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에 의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국가 정체성이 바로 잡힐 것으로 기대해온 시간이 일천하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국기를 바로 잡기를 바라고 2007년 대선에서 그에게 500만표 이상의 승리를 안겼고, 그로부터 4개월 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안정 의석을 주었다.
 그러나 `보수’가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작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때문만이 아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바닥 지지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며칠 전 실시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등 좌파, 진보세력이 지원한 김상곤(59·한신대 교수) 후보가 보수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보수세력이 집권 1년 만에 뿌리 째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경기도교육감 선거결과는 12.3%의 낮은 투표율 때문에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투표율이 낮으면 지명도가 높고 조직력이 탄탄한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보수 후보는 한나라당이라는 집권당의 막강한 조직을 업었다. 작년 7월 보수를 대표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된 서울시 교육감 선거결과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도 보수 대표격인 김진춘 후보가 패했다. 더구나 그는 현직 교육감이다.
 보수 후보인 김진춘 교육감의 패배는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의 교육을 전교조 등 진보세력에게 떠맡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당선자인 김상곤 교수는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1% 소수 특권층을 위한 자사고와 특목고 등의 확대정책을 추진해 무한경쟁과 사교육비 폭등을 초래하고, 공교육을 붕괴시켰다”며 `반 MB`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 `줄 세우기 교육’과 부모의 재산에 따라 학생의 성적과 미래가 결정되는 `교육의 대물림’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교육 혁신과 차별 없는 평등교육 실현을 공약했고, 곧 이를 실천하고 나설 것이다.
 그의 당선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경기지역 20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09경기희망교육연대`와 ’반MB교육` 정서를 가진 야권의 조직적인 결합이다. 진보세력의 결합은 진보성향인 권오일(48·전 에바다학교 교감)후보와 김상곤 후보간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고, 불출마를 택한 권오일 씨는 김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보수진영은 어떠했는가? 단일후보를 앞세운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은 무려 4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김진춘 교육감이 33.63%를 얻고, 역시 보수인 강원훈 후보가 12.88%를 얻었다. 당선자인 김상곤 후보는 40.81%를 득표했으니 보수 후보 두 사람이 단일화만 했어도 진보측을 쉽게 이겼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보수의 분열이 진보의 득세를 가져온 셈이다. 자업자득이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결과는 권력을 잡은 지 겨우 1년 남짓인 보수가 드디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불길한 신호다. 가까이는 4월 20일 국회의원 재보선도 암울하다. 5개 국회의석이 걸린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전주에서 실시되는 두 곳은 제외하더라도 울산, 경기 부천, 경북 경주에서 한나라당이 야당 또는 무소속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의 낮은 지지율도 문제지만, 경주의 경우는 여권후보가 분열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에 맞서 박근혜 전대표를 지지하는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다. 때문에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기도 교욱감 선거에서 보듯 `보수의 위기’는 너무 일찍 찾아왔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만 챙기는 `보수’의 고질병이 너무도 일찍 도지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썩은내 나는 비리가 터졌는데도 경기도 유권자들이 진보, 좌파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집권세력에게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결과가 4·29 국회의원 재보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처럼 보수가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하다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보수는 지난 10년의 암울했던 좌파정권 시절을 벌써 잊었는가? 보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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