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발상지 논쟁이 끝내 법정에까지 불똥이 튀고 말았다. 청도가 발상지라는 경북도 발표에 포항지역 인사들이 똘똘 뭉쳐 반발하고 나선 탓이다. 포항시 기계면 (문성리)출신 시의원은 단식으로 맞섰고, 새마을 관계자들은 삭발로 항의할 태세다. 삭막하고 살벌하기만 하다.
새마을 발상지가 어디인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마치 평지돌출 같이만 여겨진다. 그게 무슨 대판 싸움거리가 되느냐는 얘기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꼭 꼬집어 내기는 누가 봐도 매우 어렵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끈 운동이지만 발상지 관련 기록이 미비한 탓이다. 마치 닭과 달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냐를 가리는 것과도 같다. 설령 법으로 판결한다한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은 반드시 나오게 마련이니 `반쪽 판결’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소모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제3자가 보기엔 청도도 발상지이고, 포항도 발상지다. 어린아이 다툼 같은 갈등을 빚을 일이 아니다. 경북도가 발상지라는 생각으로 두 지자체가 윈윈하는 자세가 더 절실해 보인다. 또 다른 지자체가 발상지를 주장하고 나서도 이 또한 부인할 길이 없지 않은가. 해묵은 `원조(元祖)논쟁’으로 새마을운동의 성가(聲價)에 흠집을 내는 행위는 이제 멈추는 게 좋겠다. 용역 결과를 핑계 삼아 청도의 손을 들어주었던 경북도는 포항의 반발에 꼬리를 내린 꼴이다. 감당도 못할 섣부른 짓을 했다.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 포항과 청도를 아우르는 발상지 논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던들 이런 말썽은 빚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엇비슷한 시기에 태동한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가리는 논쟁보다는 새마을운동이 쌓아올린 위상에 더 관심이 간다.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한 새마을운동을 보자는 얘기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의 콩고를 비롯한 전 세계 100여개 국가들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싶어하고 있다. 모두가 우리나라가 겪어온 가난의 멍에를 쓰고 있는 나라들이다. 국제사회가 배우려하는 운동이라면 발상지는 대한민국이다. 좀 더 범위를 좁힌다 해도 경북도면 충분하다. 쓸모도, 생산성도 없는 원조논쟁이 새마을운동 위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시대는 바뀌었지만 근면, 자조, 협동을 추구하는 새마을정신은 영원 불변이다. 이런 정신을 실천해왔고 세계가 놀란 열매를 거둔 경북도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자. 농촌에서 시작된 운동이지만 이제는 세계로 웅비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새마을운동이 되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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