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영화 찍는 동안 저절로 힘이나 즐겁게 뛰어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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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 “영화 찍는 동안 저절로 힘이나 즐겁게 뛰어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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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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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의 배우 김옥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여주인공 김옥빈(23)에 대해 “’올드보이` 강혜정을 만났을 때처럼 한눈에 매료됐다”고 첫 느낌을 전한 바 있다.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종자”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쥐’ 여주인공의 파격적인 기용은 캐스팅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 감독의 영화에서 수차례 칸 영화제 초청된 송강호의 상대역을 맡은 김옥빈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쏟아지는 관심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듯하지만 26일 만난 김옥빈은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작품이었으니 흥이 나고 저절로 힘이 나서 그저 즐겁게 뛰놀았 뿐”이라며 “미리 부담감을 느끼고 시작했으면 아마 못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물론 두려움은 있었죠. 너무 갖고 싶고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어요. 하지만 박 감독님 영화의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다른 기대감과 부담감을 느꼈으면 편안하게 못 했을 거에요.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박쥐’에서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태주 역을 맡은 그는 남편의 친구인 상현을 만나 억눌렸던 욕망과 매력을 발산하는 여인의 모습을 소화하며 제 몫을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옥빈은 “스스로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 칭찬을 들으면 식은땀이 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다만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마음껏 놀았다는 점은 만족스럽고 현장이끝나버려 다시 갈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송강호가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렸다면 김옥빈은 억눌렸던 욕망을 가슴 깊은 곳부터 끌어올려 폭발시킨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눈이 휘둥그레해 졌다”며 “다양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활개를 치고 상상력을 자극해 힘이 솟았다”고 `박쥐’와 태주의 첫인상을 소개했다. “태주는 너무 귀엽고 순수해 보였어요. 순수하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었고 상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 욕망을 펼칠 수도 없었죠.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으면 보여주지도 못했을 자신감이 귀여웠죠. 억눌리고 지쳐 있는 모습에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아직 20대 초반인 김옥빈은 유부녀로서 남편의 친구와 사랑을 나누고 그에게 남편(신하균)을 죽이자고 유혹하는 태주를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을까.
 “본능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을 찾았어요. 그 환경에서 탈출하고 싶을 뿐이고, 상현을 만났을 때는 사랑하고 싶을 뿐이고, 본능적인 욕구에 충실한 거죠. 감독님은 때로는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때로는 상현보다 우위인듯한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상현을 짓누르는 모습을 주문하셨어요.”
 송강호와 정사 장면을 비롯해 쉽지 않은 촬영들을 했지만 그는 전혀 주눅이 든 기색이 없이 “현장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제가 불편하면 연기도 불편할 텐데 현장에서 마음이 편안했고 감정이 눌리거나어긋남이 없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어요. 연기하면서 멈칫한 순간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감독님이나 강호 선배님의 기운을 탄 것 같아요.”
 이러한 편안함과 확신이 있었기에 노출은 전혀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영화에 노출 장면이 등장하는데 제 노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신기하기도 해요. ’박쥐`에는 노출보다 감정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아서 노출만 기억할 영화는 아니예요.”
 그는 이제 `박쥐’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배우가 됐다. 앞서 영화 `다세포소녀’,`1724 기방난동사건’ 등으로 가능성을 선보인 그의 영화 인생에서 `박쥐’의 전후가 뚜렷이 구분될 수밖에 없다. “두려워요. 가슴 뛰고 흥분된 작품을 즐겁게 촬영했는데 ’박쥐` 이후 관객들이 저를 다르게 받아들일까봐요.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밟으며 배워갈 뿐이고 사실 제가 다르게 보이는 것도 감독님과 강호 선배 능력인데요.”
 그는 다음 달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까지 덤으로 누리게 됐다.
 “먼 훗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막연히 생각하던 일이 현실이 되니 당황이 되기도 해요. 세계의 영화인들이 모인 자리에 우리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가 않고 가슴이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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