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 두려워하는 한국 변호사-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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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 두려워하는 한국 변호사-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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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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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낡은 부리를 깨는 솔개가 돼야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기업들이다. 그들 말고도 제조업에서 많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사정은 대조적이다. 의료, 법률 서비스 등의 분야는 세계에 내놓기 민망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산업 구성원들의 학교 때 성적이다. 지금은 삼성전자에 들어가기가 어렵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어려운 직장이 아니었다. 70년대 말만 하더라도 웬만한 공대를 나온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졸 출신도 많았다. 현대중공업 같은 곳은 더 입사가 쉬웠고, 그런 만큼 사원들의 평균 학력이나 학교 때의 성적도 낮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탄생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의료와 법률서비스 분야는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독무대였다. 머리도 좋고 노력도 많이 하는 학생들만이 법대와 의대를 갈 수 있었다. 특히 법률 분야는 사법고시의 높은 문턱을 넘은 극소수만이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계에서의 위치는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뒤쳐져 있다.
 차이는 경쟁의 유무다. 사람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성취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 의미 없이 사장시킬 수도 있다. 각자가 가진 잠재력이 가장 잘 깨어날 때는 위기의 순간이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체제가 필요하다. 늘 경쟁에 노출되어 있어야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한국 제조기업들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구성원들을 가지고 초일류 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쟁자들보다 더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 이외에는 생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법률과 의료 서비스의 침체된 모습은 장본인들인 의사들과 법조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외국 의사나 외국 병원의 국내 영업을 의사들이 얼마나 반대했는지 생각해 보라. 우리보다 의술이 뛰어난 나라에서 받은 의사면허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도 한다. 병원간 경쟁이 생겨나고 의술이 자본에 종속된다는 명분으로 의료의 산업화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아직도 많다.
 변호사 시장은 더하다. 최근 정부가 낸 `변호사 시험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거부됐다. 이유는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시험 자격을 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험 과목도 현행 사법 시험과 유사하다. 뭐 때문에 사법시험 외에 로스쿨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또 응시 횟수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3회’로 제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난한 천재들’의 응시 기회를 박탈한 `귀족법’이다.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게 하고 있다.
 법조인들이 보호막 뒤에 숨음으로 말미암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국민들이다. 경쟁이 작은 만큼 실력 없고 수임료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경쟁력이 약해져 자신들 스스로도 피해자가 된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하고 로스쿨의 정원을 제한하면 당장은 법조인들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약한 만큼 법조인의 실력 향상은 더디다. 법률 서비스 역시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시장이 열릴 것이다. 그 때는 지금의 실력을 가지고 미국과 영국과 독일의 변호사과 실력을 겨뤄야 할 것이다.
 보호막의 효력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다. 아무리 경쟁 없이 편하게 살고 싶어도 소비자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은 한국이건 미국이건 중국이건 자기 마음에 드는 병원과 의사를 찾아서 진료받기 시작했다. 중년에 이른 솔개는 스스로 바위에 낡은 부리를 부딪쳐 깨버린다. 놀랍게도 그 고통 후에 새 부리가 나며, 그것으로 30년을 더 살아간다. 우리나라의 의사와 변호사들에게 솔개처럼 해보라는 요구는 무리일까?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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