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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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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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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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년초 미국사회에 `돼지 몰기’열풍이 분 일이 있었다. 사교클럽에서도,의사당에서도 돼지 몰기는 인기몰이를 했다. 사교클럽 종업원도, 월스트리트의 구두닦이 소년도 돼지몰기에 열광했다. `클로버 꽃밭의 돼지’- 손안에 들어오는 게임기구가 바로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구슬 4개를 미로를 통해 가운데 공간으로 모으는 게임이었다. “아직 돼지를 몰지 않습니까?” 그 무렵 미국 사회의 유행어가 이랬다. 신문과 잡지들은 `우리시대의 센셔이션’이라면서 취재에 열을 쏟았다. 200년전 `클로버 꽃밭의 돼지’들은 이렇듯 행복의 극치를 누렸지만 요즘 돼지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행복커녕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신세가 돼버린 곳이 바다 밖에선 늘어나고만 있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괴질 때문이다. 괴질 이름에 `돼지’가 들어간 탓에 죽을 맛이 된 계층은 양돈농가, 돼지고기 판매상, 돼지고기 음식점이었다.
 불과 엿새 동안에 25.3%나 값이 뚝 떨어졌던 돼지값이 예전 값을 거의 되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 판매 또한 종전의 위세에 다가서고 있다. 머잖아 다시 `금겹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정도이니 알만하다. 상황이 이렇게 급반전한 이유는 오직 하나 뿐이다. 괴질의 이름에서 `돼지’가 빠진 것 뿐이다. `돼지 인플루엔자’가 `신종 인플루엔자’로 바뀌었을 뿐인데도  소비자들의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름의 영향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돼지조차도 이름에 따라 몸값이 하룻밤 사이에 널뛰기를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이름 석자를 쉽게,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태다. 요즘 뇌물사건에 관련되어 신문 지면에 하루도 거르지않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그 좋은 사례다. 피천득 씨가 남긴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아무려나 50년 나와 함께 하여, 헐어진 책등 같이 된 이름, 금박(金箔)으로 빛낸 적도 없었다. 그런대로 아껴 과히 더럽히지나 않았으면 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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