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가용 오토바이 애호가가 이런 말을 했다.“ 풀 스피드로 달릴 때 얼굴에 스치는 바람의 감촉은 불가사의한 흥분을 자아내는데 그것은 기막힌 매력을 주는 것이므로 자신이 기계에 앉아있으면 다른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인가. 폭주족은 세대를 이어가며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한다.
머플러(소음기)를 떼내거나 변형시킨 오토바이 소리는 탱크 소리도 밀어낼만큼 요란하다. 이런 소리를 흩뿌리며 스피드에 살고 스피드에 죽는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강령처럼 들릴 소리가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죽도록 달려가고 싶은 충동,말하자면 나는 시속 백마일로 살아야 하고 제임스 딘과 같이 백오십마일로 죽어야 한다.” 스피드에 생사를 건 이들에겐 징역,벌금, 과태료 같은 법규는 으름장도 아니다.
꽁무니에 `날 잡아봐라’고 써붙이고 단속자를 약올리는 폭주족들을 경찰이 에스코트하겠다고 나섰다.국경일에 사전신고하고 집단주행하면 경찰이 앞뒤에서 관리해주겠다는 것이다.잡으려니 사고나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어 밤새도록 고민 끝에 짜낸 `꾀’인가 보다.폭주족들은 시큰둥하다.“정해진 길을 경찰과 함께 달리자고요?우리가 무슨 마라토너인줄 아세요?”
그렇다고 폭주족만 사는 세상은 아니다.다운 시프트(down shift)족도 있다. 자동차 기어를 저속으로 내리듯 여유롭게 살고싶어하는 사람들이다.한때 폭주족이었다가 `나무늘보족’이 된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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