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의 6·10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둔 9일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시청 앞 잔디밭인 `서울광장`에서 `1박2일’ 천막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범국민대회의 서울광장 개최를 불허함으로써 밤새 광장이 봉쇄될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노숙자’나 `부랑객’도 아니고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천막 속에서 농성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민주당의 서울광장 기습 점거 의도는 뻔하다. 시민단체들의 6·10 집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게 해야만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속셈이다. 만약 서울광장이 봉쇄되면 군중 모집도 쉽지 않고, 그렇게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조성된 추모 분위기가 식을까 우려한 것이다. `조문 정국’을 질질 끌어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국민대회의 의도는 정말 순수하지 않다. 국민대회 주최 측은 민주당이 서울광장을 장악한데 이어 10일 정오부터 성공회 대성당 등에서 기념식을 진행한 뒤 오후 7시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진 뒤 본격적인 집회에 들어간 것이다. 철없는 폭력시위대에게 `어둠’은 최대의 무기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렇다 치자. 언제부턴가 그들의 목표가 촛불시위처럼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달라야 한다. 그들은 `제도권’ 야당이다. 그들이 서 있을 곳은 국회다. 평소 노 전 대통령과 멀리하려고 애를 쓰다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하고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자 후다닥 조문 정국에 편승하는 모습이 장사가 끝난 뒤 서럽게 곡(哭)하는 생뚱맞은 조문객 같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서울광장 농성에 돌입하면서 6·10 대회 참가자들에게도 `비폭력 평화집회’를 주문했다. 민주당 딴에도 집회가 폭력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한 듯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서울광장 집회는 어김없이 폭력을 수반했다. 민주당이 진정 비폭력을 바랐다면 서울광장 집회에 나타나지 않았어야 했다. 서울광장 집회를 선동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은 22년 전 6·10 항쟁 때와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군부독재시절이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지만 냉정히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은 일가족의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투신한 것이다. 검찰수사를 나무라지만 그렇다고 서울 한복판에 뛰쳐나와 촛불 들고 무력충돌을 야기할 일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맹렬히 비난했던 민주당 아니던가. 민주당이 기어이 길거리를 헤맨다면 국회의원직을 반납하는 게 옳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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