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사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다시피 하고 있다. 희망근로쿠폰이란 것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농번기와 겹쳐 농촌의 일손마저 빼앗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며 밀어붙인 희망근로의 현주소다. 때문에 희망근로가 아닌 `절망근로’가 되게 생겼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희망근로사업 참여자는 전국에 걸쳐 25만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11일 현재 2만6773명이 중도에 포기했다. 10%를 웃돈다. 범위를 좁혀 포항지역만 보더라도 2513명 가운데 포기자가 200여명에 이르렀다. 포기자 추세가 전국이나 지방이나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포항시 관계자는 “젊은층과 고령층 포기자가 있었으나 이제는 안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체를 볼 때 만족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현실을 제대로 본 것인가. 그 안목이 의심스럽다.
희망근로사업 보수의 일부로 나눠주는 쿠폰에 대한 불만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용처가 제한돼 있는데다 그 가맹점마저 드물다. 대구만 하더라도 당초 목표는 5만4000곳이었으나 16일 현재 1만4000곳에 지나지 않는다. 쿠폰을 쓰려 해도 가맹점 찾아다니기가 더 어렵게 돼버렸다. 쿠폰을 현금으로 만들어 쓰려는 이른바 `쿠폰깡’이 시도되는 현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희망근로사업이 부채질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농촌 일손 부족이다. 잡초 뽑고 담배꽁초나 주워도 한달에 100만원(쿠폰포함)을 받는데 뙤약볕 아래 땀 흘려야 하는 농사일이 달가울 리 없다. 결국 농촌의 품삯만 올려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일손마저 구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성과 없고 희망 없는 사업이 11월까지 계속된다. 이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이 적지 않다. 포항시만 하더라도 160억원이 넘는다. 정부가 예산 낭비에 앞장선 꼴이다.
일은 보람이 있어야 하고, 돈은 제 값어치를 해야 한다. 농촌 품삯은 풀이나 뽑는 희망근로보다 높다. 이 노동력을 농촌에 돌리면 근로자도, 농가도 만족해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지자체별로 사업시행과 그 시기를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게 좋겠다. 경북도내엔 이미 시행 중인 지자체들도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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