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아프리카에는 들불에 삶을 의지하는 동물들이 많다. 동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 뛰노는 동물 떼를 떠올리면 간단히 설명된다. 들불이 휩쓸고 지나가도 불타는 것은 풀잎 뿐이고 새싹이 돋아날 줄기는 멀쩡하다. 풀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코끼리의 무지막지한 힘자랑에 뿌리까지 뽑히지만 그 횡포에 풀들은 햇볕을 쬐게된다. 초원의 순환주기가 되풀이되는 원리가 이렇다.
안동·임하호에 난데없이 대초원이 형성돼 보는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푸른 물이 출렁거려야 할 호수에 잡풀들이 끝도 없이 돋아나 있는 까닭이다. 저수율은 갈수록 뚝뚝 떨어지기만 하는데도 최근 몇 차례 내린 비에 잡풀들이 제세상 만난 듯 생명력을 뽐내는 꼴이다.거북등 같던 댐바닥이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니 알만하다.
산불이나 들불 뒤에 돋아나는 식물들은 자연의 순환주기나 알려준다지만 가뭄 끝에 돋아난 댐 바닥의 잡풀들은 무엇에 쓰나. 이제는 비가 500㎜는 내려야 물걱정을 덜게 되리라고 한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가뭄 걱정햐야 하는 삶이 영 마땅치않다. 덧없는 것을 일컬어 풀 같다고 한다. 안동호의 풀밭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인생에게는 ,그날이 풀과도 같고,피는 들꽃 같아.바람 한 번 지나가면 곧 시들어,그 있던 자리조차 알 수 없다.” 구약 성서 시편 103편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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