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보면 앞바다 `기름 폭탄’ 어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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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보면 앞바다 `기름 폭탄’ 어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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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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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시 대보면 앞바다엔 `기름 폭탄’이 가라앉아 있다. 이 기름 폭탄이 터지면 무려 370㎘나 되는 벙커C유가 동해를 뒤덮게 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사태다. 포항 호미곶 등대 동북방 3.5마일 해상에서 좌초, 침몰한 경신호 이야기다. 996톤급 경신호는 지금 98m 해저에 침몰한 채 방치돼있다. 자그마치 21년 째 똑같은 자리를 지키며 바닷물에 선체는 삭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눈도 깜짝 않고 있다. 방패막이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담대한 것인지, 둔감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경신호 침몰사고는 1988년에 일어났다. 그 뒤로 경신호 사고는 해마다 관심거리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해오고 있다. 21년 동안이나 그 모양이다. 경신호의 기름 유출사태를 걱정하는 사람만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꼴이 되는 연례행사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국토해양부는 맷집이 좋아 보인다. 여론의 지탄을 하도 받아오다 보니 이제는 내성이 생긴 탓인가. 경신호 소리만 들어도 “또 그 소리냐”는 듯 시큰둥하기만 하다. 지자체와 어민들만 속이 타들어갈 뿐 국토해양부에겐 `바닷 속 이야기’일 뿐이다.
 경신호가 침몰돼있는 해역에서는 바다 위로 유징(油徵)이 비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소량이나마 기름이 새고 있다는 증좌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 해에도 그랬다. 기름탱크에서 이토록 오래 기름이 새고 있다면 어느 순간 크게 터져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대량폭발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눈에 안보이니 무감각해진 꼴이다. 기름 오염의 심각성은 서해 태안앞바다 사태가 딱 떨어지는 답안이다. 국토해양부는 21년 전 일이 오래된 것이라 잊었다면 태안사태를 떠올리면 된다.
 한국해양연구원이 경신호 선체를 인양하기보다는 남아있는 기름을 거두라는 대책을 내놓은 때가 2001년이었다. 그때부터 셈해도 잔존유(殘存油) 제거는 10년 사업이 다 돼간다. 경신호를 방치하는 핑계는 용역비 8억원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는 변명이다. 수십 조 단위 국책사업이 널려 있어 몇 억 원 정도는 푼돈이라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잔존유 제거를 그토록 시답지 않아 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똑같은 이야기를 내년에 또 되풀이 하지 않게 되기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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