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7일) 내린 장맛비로 대구·경북 지역 일대는 가뭄 걱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 경주 산내 지역과 청도엔 110㎜를 웃도는 비가 내렸고 물 부족에 시달려온 포항지역도 60㎜이상 강우량을 기록했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해제된 곳만도 대구와 고령, 청도, 경주, 영천, 경산, 포항 6개 시·군이나 된다. 대구·경북 일원이 오랜만에 가뭄을 잊는 기쁨을 맛본 셈이다.
이번 비로 바닥을 드러냈던 경북도내 대형댐, 저수지에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저수율이 18.32%까지 내려갔다가 어제(8일) 아침 8시 현재 28.3%로 높아졌다는 운문댐이 첫손꼽을 사례다. 하루 만에 수위가 4.4m나 높아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수위는 줄곧 높아질 것이고 보면 희망이 담기기 시작했다 해도 될 것 같다. 가뭄이 워낙 오래 계속된 탓에 완전 해갈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 같다. 장마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뭄 걱정이 한고비 지나게 되자 비 피해가 당장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 장기면 신창리만 하더라도 마을 뒷산에서 무너져 내린 바위가 민가를 덮쳤다. 이것은 일례일 뿐 재난은 이제 꼬리를 물 것 같다. 논밭, 각종 시설과 건축물의 침수, 유실, 붕괴가 해마다 겪는 비 피해의 전형들이다. 오래도록 가물었던 탓에 팽개쳐두었던 각종 방재시설물도 보살펴야 겠고 재해 취약지역에서도 눈길을 떼지말고 점검해야겠다.
자연재난은 예고도 없거니와 손 쓸 틈도 주지 않는다. 지난해 봉화에 쏟아져 내린 물폭탄만 생각해봐도 될 정도다. 이 때 내린 폭우로 봉하지역에선 목숨을 잃은 사람이 9명이나 됐고 재산 피해액이 343억원에 이르지 않았던가. 가뭄은 끝나간다 하지만 또 다른 물 걱정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물난리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재난이다. 미리 대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책은 없다.
지난 가을이래 줄곧 계속돼온 가뭄을 겪으면서 우리는 올여름 장마철이나 돼야 목마름을 벗어날 상황을 걱정해온 터다. 이것이 기우로 끝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불행하게도 들어맞고 말았다. 우리는 여름철에 집중해 쏟아져 내리는 장맛비를 거의 모두 그대로 흘려보내오기를 거듭해왔다. 그러면서 가뭄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여름 한철 쏟아지는 빗물을 가둬 이번처럼 긴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큰 물그릇’을 마련하는 노력에도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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