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이미 술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별(주성:酒星)이 있고, 땅엔 술을 빚기 좋은 샘물(주천:酒泉)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 수성(水星)을 주성이라고 했다고도 하고 또 다른 별을 이른다는 설도 있다. 주천은 술 빚기에 최상의 물이 솟는 샘이란 뜻인데, 실제 지명이기도 하다. 이태백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오늘날의 간쑤성 북서부에 있는 도시이며 얼마 전 중국이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 발사대가 있는 바로 그곳이다.
하늘과 땅이 술을 좋아했으므로 애주하는 건 하늘 부끄러운 죄가 아니라는 시구를 쓴 걸로 봐서 1300년 전 고대에도 술에 절어 지내는 시인을 못마땅해 한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애주가인 자신을 나무라는 데 대한 항변으로 천지가 애주한다는 사실 적시만으론 부족했던 걸까. 이백은 한 술 더 떠 “청주는 성인(聖人)에 비유되고 탁주는 현자(賢者)가 즐겨 마셨다는데 술 있으면 그만이지 무엇 때문에 굳이 신선이 되고자 하겠는가”며 성현을 끌어대는 능청까지 부린다.
정부가 내년부터 술 담배에다가 `죄악세(罪惡稅)’ 물릴 것을 검토한단다. 술은 음주운전 사고로 남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죄악’이란다. 세금을 올리면 술을 덜 먹게 될 거라는 게 도입론의 근거라는데, 참 편리한 발상이다. 담뱃값 올려 국민이 담배 안 피우게 됐나? 또 술 먹는 사람은 전부 운전대 잡나? 세금 더 걷고 싶다면 이름이라도 점잖게 붙일 일이다.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사람은 싹 무시해도 되는 세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말이면 다 말인가. `죄악세’라니! 이태백처럼 억울한 애주가들 한번 시원하게 대변해줄 시인은 없을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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