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시행하는 총연장 12.1㎞ 지방도로 확·포장 공사에 당초 예산보다 360억 원이 더 들어갔다. 설계가 10차례도 넘게 바뀐데다가 공사는 7년째 현재진행형이다. 포항시 구룡포 해수욕장~대보면 구만리를 잇는 지방도로의 4차선 확·포장 공사다. 마치 20년 만에 임시개통 된 국도 7호선 공사가 되살아난 모습을 다시 보는 것만 같다.
관급 공사에 설계 변경은 동전의 양면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전장 12.1㎞ 에 지나지 않는 도로 확·포장공사에서까지 설계변경이 10차례도 넘었다니 그 `찰떡궁합’이 신기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설계가 바뀔 때마다 공사비는 올라간다. 마치 `설계 변동 연동제’라는 것이 있기라도 한 듯하다. 이번에 말썽거리로 등장한 도로 공사도 시작할 때 예산은 860억5900만 원이었다. 그것이 `7년 공사’가 되는 동안 1266억 원으로 늘어났다. 어림잡아 해마다 40여억 원씩 불어난 셈이다. 7년 동안에 40억 원이 늘어났다 해도 소명이 필요한 대목이 아닌가. 그러니 의구심이 생기는 것 자체가 이상할 것도 없게 돼있다.
2개 공구로 나눠 시행하는 이 도로공사로 다른 지역 업체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렇건만 지역업체는 2개 공구에서 하도급마저도 철저히 따돌림 당하고 있다. 포항의 한 업체만 달랑 홀로 포장업 분야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흔히들 `왕따’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왕따가 과연 무엇인지 그 실체가 드러난 꼴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지역 건설업체들의 약세다. 지역 안에서 시행되는 건설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도가 낮은 현상은 관행이 되다시피 해오고 있다. 당장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서도 지역건설업체는 벌써부터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하는 판세가 훤히 보인다. 낙동강 사업은 국책사업이라서 그렇다 치자. 경북도가 시행하는 공사에서조차 지역 건설업체가 손을 놓고 있는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 한숨 나오는 현상을 벗어나려면 지역건설업체들이 자생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새삼스럽게 불거져 나온 일도 아니다. 해묵은 과제이지만 출구가 안보이니 난제라면 난제다.
공사에 늘 따라다니는 잦은 설계변경과 사업예산 증액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도 같아 보인다. 여기에 지역건설업체의 허약한 실력이 주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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