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민생활에 가까이 다가선 이기 가운데 하나가 CCTV다. 시민들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고스란히 CCTV에 찍히고 만다.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유용성이 더 앞서 잠잠해져버린 실정이다. CCTV의 유용성이란 범죄 예방과 수사에 주는 도움이다.
CCTV의 효용에 동의하는 데는 CCTV가 제구실을 다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만 가능하다. 있으나 마나 하다면 그것은 쓰레기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지역 어린이 놀이터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들이 하나같이 함량미달이라고 한다. 화질과 성능이 극도로 불량해 판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범죄 예방과 수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비싼 돈 들여 쓰레기를 매달아 놓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포항시는 관내 21곳에 방범용 CCTV 63대를 설치했다. 한 곳에 3대씩 설치하는 데 2억3000만원이 들어갔다. 지난 연말과 올 4월 두 차례에 걸쳐 설치한 것인데 41만 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는 누가 봐도 판독 차제가 불가능할 게 뻔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설치할 당시 41만 화소가 대세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폐기처분 대상 밖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설치했다는 소리다. 전시 행정의 표본이랄 수밖에 없겠다.
경찰은 포항시가 설치한 CCTV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들은 체도 않더라고 했다. 예산보따리를 쥐고 있는 포항시가 칼을 쥐었다는 얘기다. 결국 포항시 뜻대로 강행했고 결과는 쓸데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혈세만 낭비한 것이다. 포항시 예산이니 포항시 마음대로 쓴 것이겠지만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설치는 포항시가 했지만 CCTV를 많이 사용하는 쪽은 경찰이다. 설치에 앞서 경찰과 한 번이라도 의견을 나눴더라면 이런 결과는 빚지 않았을 것 아닌가.
포항시는 대량 생산되고 있는 130만 화소급으로 CCTV를 바꾸거나 신설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예산 낭비-전시행정을 자인한 것이다. 청소년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큰소리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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