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소재 삼은 글은 많고도 많다. 한가지 특징은 쥐를 시쳇말로 `비호감’의 대상으로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용운이 쓴 `쥐’도 그 하나다. “나는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하여도/ 너는 작고 방정맞고/ 얄미운 쥐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너는 사람의 결혼의상과 연회복을 낱낱이 조사하였다./너는 쌀궤와 멱서리를 다 쪼고 물어내었다./그외에 모든 기구를 다 쪼아 놓았다./나는 쥐덫을 만들고 고양이를 길러서 너를 잡겠다.” 한용운 정도의 인물이 쥐를 놓고 필살론을 펴지는 않았을 터. 쥐에 비유된 대상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포항시청사에 서생원 일가(一家)가 출몰한다 해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어미쥐와 생쥐 3마리가 며칠 째 시의회 사무국을 안방 드나들 듯 하는 바람에 여직원들이 기겁을 하고 놀란 모양이다. 한때 쥐잡기가 국민운동으로 전개된 일도 있는 나라다. 끈끈이가 구서(驅鼠) 대책으로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포항시청사는 망신살이 뻗친 건물인 것만 같다. 해마다 여름이면 때맞춰 빗물이 천장에서 흘려내려 이를 받아내느라 플라스틱 바가지·양동이가 등장한다. 이번엔 생쥐 소동이다. 자그마치 1000억원이나 들여 지은 청사인데 우습게 알고 이름값을 더럽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음엔 또 무엇이 나타나 최첨단 건물을 먹칠하려 들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도 한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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