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은 그의 작품 `회색인’에서 일요일의 행복을 이렇게 썼다. “조금만 늦잠을 잔 다음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성경책을 정성스레 옆에 끼고 자기 구 교회로 가는 그런 일요일의 인간이라면 행복하다.” 또 다른 대목이 있다. “한 가족이 부산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내와 아이들의 옷치장을 재촉해서 어느 고궁이나 근교의 유원지로 출발하는 그런 일요일의 인간이라도 조촐한 행복의 소유자다.”
신문을 훑어 나가다가 `포항시의회,의정비는 올리고 회기일수는 줄이고’란 제목에 눈길이 멎었다. 포항시의회가 지난해 98일 동안 의정활동을 펼쳤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 기간 토·일요일 20일은 해당이 없다는 게 기자의 주장이다. 올해도 8월 현재 50일 활동했다지만 열이틀은 토·일요일 이란 것이다.
포항시의회는 아무래도 `녹비에 가로 왈자’ 쓰기를 한 것만 같다. “회기일수를 100일 이내로 한다”고 조례로 정했으면 회의를 연 날짜만 계산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고, 고궁에 가족 나들이만 갈 수 있어도 행복이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주5일시대가 아닌가. 1주에 이틀씩이나 놀면서 그마저 `일한 날’로 계산한다면 너무 낯이 두껍다 싶다. 그래서 칼럼니스트 윌 로저스가 이렇게 말했나 보다. “일생을 바쳐서 연구해도,하원에서 한 회기에 펼쳐내는 웃음거리의 반 만큼도 우리는 생각해 내지 못할 것이다.”
김용언/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