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참사 인내·용기로 극복한 미국을 닮자
  • 한동윤
9·11 참사 인내·용기로 극복한 미국을 닮자
  • 한동윤
  • 승인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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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진도 앞바다 자극보도 누굴 위한 것인가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미국 뉴욕 맨하튼의 쌍둥이 빌딩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미국의 상징이었다. 그 쌍둥이 빌딩이 2001년 이슬람 과격세력에 의한 비행기 충돌로 붕괴된 것은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사망자만 3000명이 넘었다. 본토(本土)를 단 한번도 공격당하지 않은 미국은 나라와 국민 전체가 `멘붕’에 빠졌다.
 쌍둥이 빌딩만이 아니었다. 알카에다는 또 다른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 안보의 본산인 펜타곤을 자살공격했다. 또 다른 여객기 역시 납치돼 추락함으로써 사망자가 급증했다. 미국이 한줌도 안되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사실상 마비되고 말았다.
 9·11 사태로 `국제경찰’을 자임하며 세계평화를 주도해온 미국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고, 국토와 국민안전은 위기에 결정적으로 노출됐다. 우리나라 같으면 내각이 총사퇴해야 했을 국가적 재앙(災殃)이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툭하면 입에 올리는 “대통령 사퇴” 요구도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안보에 실패해 미국의 상징인 쌍둥이빌딩과 펜타곤을 공격받았지만 “내각 총사퇴”나 “부시 대통령 물러나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3000명이 넘는 희생자 가족들도 슬픔을 억누르며 구조와 수습을 지켜봤고, 자원봉사자들도 테러의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땀을 흘렸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안보에 실패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았다. 당시 미 전역에 퍼진 구호(口號)는 “9·11을 기억하라”였다.
 미국은 9·11 후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으며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를 보호해온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어 아프간의 회교 과격정권을 공격해 무너뜨렸다. 미국의 “9·11을 기억하라”의 하이라이트는 토굴에 숨어있던 사담 후세인을 체포해 교수형에 처한 것이다. 이어 미국 해군 내이비실 부대는 쌍둥이 빌딩을 폭파한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찾아내 사살했다. 미국이 “9·11을 기억하라”는 각오를 실천할 때까지 미국민 누구도, 미언론 누구도 부시 대통령이나 정부를 공격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망자 수가 100명이 넘었다. 아직 실종자가 200명 가까이 남아 있고, 수색작업이 본격화됐으니 머지않아 학생들의 주검을 한꺼번에 목도해야하는 고통이 우리를 기다린다. 200명에 가까운 주검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을 때 유가족은 차치하고 국민, 그리고 언론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다.
 세월호 사고가 나는 순간부터 우리 언론은 절제(節制)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원 가능한 카메라와 기자들을 동원해 온갖 자극적인 장면과 말들을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좌파 언론들의 성향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방문한 것조차 시비의 대상이 됐고, 세월호 사고가 마치 박 대통령 책임인양 몰아갔다. 유언비어를 트윗으로 날리는 언론까지 나왔다.
 종편방송인 MBN이 그 하이라이트다. `홍가혜’라는 사이코패스를 카메라에 등장시켜 “선박내 생존자와 대화를 나눴다”, “민간인 잠수부의 구조를 해경이 막았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시청자들에게 생중계했다. 현장의 카메라맨과 기자는 상식(常識)을 팔아 먹었다는 비난을 들어 싸다. `잠수부’ 자격조차 없는 날탕을 무슨 이유로 생방송에 등장시켜 국민을 자극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물론 언론의 생리는 경쟁(競爭)이다. 그러나 그 경쟁이 국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정확한 보도, 나아가 참사 원인을 찾고, 재발이 없도록 계도하는 역할이 진정한 언론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진다. 그런데 그 참담한 가슴에 기름을 붓고 불을 켜대는 황색저널리즘은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선동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장면이 아니면 진도 앞바다에서 카메라를 철수하기 바란다. 어린 학생들의 주검이 한 구 한 구 올라올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들이대는 몰상식에서 헤어나야 한다. 참사를 저주(詛呪)로 몰고 가 집단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고, 거기서 의도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좌파언론들은 특히 자성해야 한다. 9·11이라는 국가적 대재앙을 딛고 미국이라는 존재를 일으켜 세운 미국 국민들의 자세를 십분의 일이라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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