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다. 그러나 더 고통스런 일은 확인되지 않은 온갖 유언비어와 악담(惡談) 괴담(怪談)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할머니까지 “동원된 게 아니냐” “연출로 보인다”라는 악의적인 유언비어까지 퍼졌다. 결국 그 할머니는 희생된 학생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주민으로 밝혀졌다.
이 같이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악성 유언비어만 있는 게 아니다. 1일 아침 조간신문에는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의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헌신봉사(獻身奉仕) 활동이 실렸다. 침몰 사고 15일째인 4월 30일 오후 2시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28명은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해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진도군 자원봉사센터가 나눠준 연두색 조끼를 입고 곧바로 체육관에 흩어져 걸레로 의자와 바닥을 닦았다. 체육관 안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쓰레기도 말끔히 치웠다. 가족들에게 이날 저녁 식사를 나눠주고 빨래도 해줬다.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은 오늘까지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전 유족 대표 이인옥(52)씨는 “지금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비록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겠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고통을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 희생된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다. 이씨는 “천안함 폭침 때 받은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시름에 잠겨 있는 우리에게 온 국민이 보내준 도움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유족들이 체육관을 청소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빨래를 한 진도체육관에 보라색 장화를 신고 빨간색 조끼를 입고 목에 `자원봉사원’ 표찰을 단 한 남자가 지나갔다. 2012년부터 순천향대 산학협력단 교수로 재직중인 박준수(60)씨다. 그는 25~29일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개인 자격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뉴스를 보다가 하도 답답해서 오기로 결정했어요. 집사람에게 다녀오겠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군요. 아이들한테도 허락받았어요”라고 했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체육관 화장실과 샤워장, 세면장부터 청소한다. 천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는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라면, 음료수, 의약품 등 구호물품을 분류하고 직접 나른다. 일손이 부족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일을 돕는다. 천막 식당 구석에서 설거지를 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덮는 이불의 먼지도 털었다. 잠은 체육관 밖 천막에서 잤다.
박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할머니는 70대의 오모씨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희생자 유족이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이며, 스스로 조문을 간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몰랐거나 숨겨졌던 사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서남수 교육장관이 먹은 컵 라면은 박준영 전남 지사가 권유한 것이고, 박 지사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도 함께 먹었다는 것이다. 그 중 유일하게 서 장관 모습만 인터넷에 공개돼 몰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향하던 소방헬기를 `U턴’시켜 탑승함으로써 구조현장 도착이 늦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소방헬기는 세월호 침몰 직후인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께 상황실에서 출동지령을 받고 10분 뒤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 등 5명을 태우고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는 데 사고 해역으로 가던 도중 “전남도청을 경유해달라”는 무전을 받았고 도청에서 전남도 행정부지사와 소방본부장을 탑승시킨 것이다. 수십 분을 허비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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