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대목은 두 가지다. 속도 표지판이 있어야 될 곳에 설치되지 않았고, 설치되지 않아야 될 곳에 정지표지판이 버젓이 서 있다는 것이다. 먼저 속도표지판 문제는 최대 2.1㎞에 이르도록 단 한개도 없음이 확인됐다고 어제 아침 경북도민일보가 보도했다. 법령대로라면 800m 마다 속도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신호등교차로와 자동차 정지표지판은 중복해서 설치할 수 없도록 돼있는데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규정 따지기를 좋아하는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이런 현상을 빚었는지 어리둥절해진다.
사리는 이런데도 관계자는 외곬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고, 경찰은 협의 한번 한 일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방통행식 통보만 받았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경북도 관계자는 최초 설계를 기준삼아 최소한의 표지판만을 설치하고는 손을 털어버린 것 같다. 경찰은 표지판과 안전장치의 증설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예산 부족을 방패 삼은 것이다. 이 문제를 협의했는지에 대해서도 경북도와 경찰 관계자의 주장은 엇갈린다. 실상은 빤한 것인데도 두 입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으니 딱하다.
지방도로 확·포장 공사에서 불거진 이 문제는 대한민국 행정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공무원의 고압적인 자세와 탁상행정이다. 관계법규정을 모르고 있거나, 잘못 해석하고도 모르쇠로 뻗대는 자세는 사뭇 고압적이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곡선도로와 교차도로가 많은 현장 사정에 눈감고 있다. 도로공사 현장엘 한번이라도 가 본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닌가.
그러잖아도 경북도는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이라는 게 정평이다. 이런 판에 도로교통표지판 설치가 부실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면 이 보다 더한 불명예가 어디 있을 것인가 싶다.
관계 기관들은 지방도로 929호 전반을 냉철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잘못이 있다면 고치면 되는 일이다. 아직 개통된 것도 아니니 시정하기는 더욱 쉬울 것이다.
아집과 독선으로 뻗대는 행정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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