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에 곡을 붙여 사랑노래를 만든 것 또한 많지 않은가. 꼭 악보가 딸린 노래가 아니라도 사랑의 표현법은 끝이 없을 것이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도 있고, 사랑하면 행복해진다는 말도 있다. 이참에 유치환의 `행복’을 옮겨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포항 구항 방파제등대가 `사랑 고백 등대’로 탈바꿈했다. “선영아 사랑해-영원한 등대처럼♥” - 맛보기로 비춰준 사랑고백 문구다. 한때 서울시내 지하철 전동차량에 써붙이고 다니던 `선영아 사랑해’가 포항 구항 방파제등대에도 등장한 셈이다. 이벤트를 만들어 사랑 고백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 앞으로 등대를 이용해 `감동 먹게 하는’이벤트성 사랑 고백이 볼거리를 이룰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거함(巨艦)이 앞을 막고 있는 물체가 등대인 줄도 모르고 `방향을 10도 틀어 운항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던가. 세계에는 많고도 많은 등대가 밤바다를 비춘다. 초기의 등대는 낮은 탑 위에 철제 그릇을 올려놓고 나무를 태워 선박의 항해를 도왔다. 포항 구항의 사랑등대는 LED 전광판을 쓴다.여기에 색과 음악까지 곁들여 달콤한 분위기를 살린다. 이제 등대 벽면에 써대던 사랑고백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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