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곱게만 자란 사람들은 신던 양말조차 빨아본 일없이 입대한다. 억센 사나이들만 가득찬 병영에서,그것도 졸병의 빨래를 누가 대신해 줄 것인가.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겠다고 장대들고 나서는 게 낫겠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친구가 물 귀한 최전방에 한겨울에 배치됐다. 휴일에 어렵게 구한 물을 철모에 담아 빨래를 하다가 고참병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물을 너무 헤프게 쓴다는 이유였단다. 평생 아쉬운 것 모르고 보살핌만 받고 살다가 물 한 바가지 때문에 혼쭐이 난 것이다.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이 `택배식 세탁 서비스’를 실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깨끗하게 빨아 뽀송뽀송하게 말린 양말,속옷까지 배달해주니 마다할 훈련병이 있을 리 없다.더구나 해병대 훈련병의 옷이고 보면 `진흙 강아지’가 따로 없을 것 아닌가.훈련병의 양말까지 빨아주니 “요즘 군대 호텔생활한다”는 소리가 안나올 수 없겠다.
사나이들의 세계에선 `속옷 소동’이 드물게나마 일어나 한바탕 웃을 일이 생기기도 한다. 깨끗하게 빨아널은 속옷을 가지러 건조대에 가보면 어느새 `증발’해버린 것이다. 어느 `괴물’이 이런 꼴을 당했다. 그는 당장 소리소리 지르며 부대 안을 뛰어다녔다. “내 팬티 내놔.이놈들아 . 나 병 걸렸단 말이야.” 이제는 이런 광경은 추억거리로나 남게 됐다는 훈련 교관의 말이 그럴싸하다. 여자들은 군대 얘기,축구 얘기에 열 올리는 남자들이 가장 매력없다고 한단다.그러나 어쩌랴.산에 둘러싸인 하늘이 멍석만하게 보이던 60년대 중반 옛 부대 생각이 나는 것을.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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