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병 택배식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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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병 택배식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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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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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영화라서 제목은 잊었다.빨래엔 영 숙맥인 한 용병(傭兵)이 방법을 배우고는 신참들에게 콧대를 세우던 장면은 생각난다. 비누칠도,헹구기도 마치 로봇이 빨래하는 듯해서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도 총을 잡고 전장에 나서자 동에 번쩍,서에 번쩍 용맹하기가 비호(飛虎)였다.
 집에서 곱게만 자란 사람들은 신던 양말조차  빨아본 일없이 입대한다. 억센 사나이들만 가득찬 병영에서,그것도 졸병의 빨래를 누가 대신해 줄 것인가.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겠다고 장대들고 나서는 게 낫겠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친구가 물 귀한 최전방에 한겨울에 배치됐다. 휴일에 어렵게 구한 물을 철모에 담아 빨래를 하다가 고참병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물을 너무 헤프게 쓴다는 이유였단다. 평생 아쉬운 것 모르고 보살핌만 받고 살다가 물 한 바가지 때문에 혼쭐이 난 것이다.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이 `택배식 세탁 서비스’를 실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깨끗하게 빨아 뽀송뽀송하게 말린 양말,속옷까지 배달해주니 마다할 훈련병이 있을 리 없다.더구나 해병대 훈련병의 옷이고 보면 `진흙 강아지’가 따로 없을 것 아닌가.훈련병의 양말까지 빨아주니 “요즘 군대 호텔생활한다”는 소리가 안나올 수 없겠다.
 사나이들의 세계에선 `속옷 소동’이 드물게나마 일어나 한바탕 웃을 일이 생기기도 한다. 깨끗하게 빨아널은 속옷을 가지러 건조대에 가보면 어느새 `증발’해버린 것이다. 어느 `괴물’이 이런 꼴을 당했다. 그는 당장 소리소리 지르며 부대 안을 뛰어다녔다. “내 팬티 내놔.이놈들아 . 나 병 걸렸단 말이야.” 이제는 이런 광경은 추억거리로나 남게 됐다는 훈련 교관의 말이 그럴싸하다. 여자들은 군대 얘기,축구 얘기에 열 올리는 남자들이 가장 매력없다고 한단다.그러나 어쩌랴.산에 둘러싸인 하늘이 멍석만하게 보이던 60년대 중반 옛 부대 생각이 나는 것을.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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