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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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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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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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上元;대보름)은 정월 15일이니, 이날에 첫째 생각나는 것은 약밥이다. 신라 소지왕(炤知王)이 까마귀의 경고 덕분에 금갑(琴匣)을 쏘아 위난에서 벗어난 날이 마침 이 상원이므로 이날로써 까마귀의 제일(祭日)을 삼아 약밥을 지어 무르추개질 하던 것이 후세에 와서는 국속을 이루어 약밥이 정월대보름의 시식(時食)이 되고 말았다.’ 국학 분야에 업적을 남긴 문일평의 이 설명(호암전집)으로 정월대보름 약밥 풍습이 삼국유사의 기이(紀異)편 사금갑(射琴匣)조에서 유래했음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약밥은 찹쌀 대추 밤 꿀 잣 등속을 섞어 쪄서 만드는 밥이다. 신라 사람들이 까마귀에 보은의 제사를 지낸 밥 치고는 꽤 고급스럽게 지었다 하겠다. 이 약밥 풍습이 시대를 흘러내리면서 사람들이 대보름 명절 때면 해 먹는 오곡밥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쌀 콩 팥 보리 수수 조 같은 여러 가지 곡식을 넣어 짓는다는 뜻에서 곡식의 총칭인 `오곡(五穀)’을 붙여 오곡밥이라 불렀겠다.
 취나물 호박 고비 고사리 가지 시래기 등속의 마른 나물을 삶아 무쳐 오곡밥과 먹는 일이 우리나라 농어촌에서 볼 수 있었던 정월대보름의 가장 대표적 세시풍속이었다. 귀밝이술 한 잔 마시고 부럼을 깨물면 또 한 해가 건강하게 지나갈 것이라 믿었기에 대보름 절식은 더욱 친숙한 우리의 풍습이다.
 모레가 대보름이다. 설 명절이 폐쇄적 수직적이고 피붙이의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개방적이고 집단적으로 즐기며 지내는 마을공동체 명절이라 했다. 까마귀에도 보은의 제사를 지내주며 약밥을 선사했던 우리 민족이다. 비록 농어촌에 인구가 줄어 텅 빈집이 많다고는 하지만 단 몇몇 주민일망정 옛 풍습을 되살려 오곡밥 지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옛날처럼 달집도 지워 태우고 지신도 밟으면서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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