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이은 손길에 우리의 멋 되살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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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이은 손길에 우리의 멋 되살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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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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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손염색·손바느질로 고전-현대미 어우러진 작품 탄생
여름 소재 삼베에 겨울 누비 결합...소호만의 자유로움 그대로 묻어나

 
 
 “얇은 천에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과 바늘로 한땀씩 놓는 자수에는 우리네 삶과 생활,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그 맥을 이어 가장 전통적인 장인정신에 가장 현대적인 멋을 살리는 창의력과 독창성을 발휘하고자 했습니다”
 소호 김해숙<사진>. 그녀의 발상과 창작은 기존의 옷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우리의 것, 즉 삼베, 모시, 무명, 광복 등 식물성 섬유 위에 작가 만의 손염색과 손바느질 그리고 그림이 곁들여져 고전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김 작가는 이미 `은하수 바느질 기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검은 천에 흰실로 한땀 한땀 새겨 넣은 박음질은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보여서 `은하수’라고 이름붙였다. 또한 `이중감칠질’로 특허를 내고 `골뱅이 무늬’는 의장등록을 내기도 했다. 삼베로 누비를 만들어 겨울에도 입도록 한 자굼은 보기에도 따뜻한 느낌을 주며 실용적이고도 멋스럽다.
 백지장 같은 하얀 무명에 오배자, 양파껍질, 국화줄기, 장미줄기, 대나무 잎, 감 등 10여 가지가 넘는 천연재료로 물을 들여 또 다른 멋을 연출해 낸다. 귤빛 저고리, 치마 밑단에 탐스럽게 빨간 장미를 그려 치자색 바탕과의 어울림이 한 폭의 수채화로 피어나는 치마, 누비로 만든 먹물 빛 저고리, 70여 년 전 무명 남자 옷을 여자 옷으로 거치거나 여름용 소재인 삼베에 솜을 넣어 겨울옷으로 만들어 고정관념을 깬 삼베 누비 등은 소호만의 자연세계와 자유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녀의 옷이 좋은 평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손과 마음이 가는 대로 마름질부터 염색, 바느질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한다.
 직접 손으로 짠 무명천을 구하기 위해 골동품상을 뒤져가며 찾아낸 무명은 귀중한 보물이다.
 돈이 생기면 골동 무명을 사러 다니고, 있는 대로 사다 보면 생활비까지 다 써버릴 때가 있다. 천을 짜는 사람들이 다르듯 똑같은 천은 있을 수 없다. 어렵사리 구한 무명을 만지는 느낌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 천을 만지며 밤을 센 날들도 많다.
 “우리 옷의 아름다움은 포용하는 넉넉함이 있어요. 단청 같은 원색의 화려함, 질그릇 같은 소박함, 억척스럽지 않은 우아함이 그것이죠.”
 소호의 예찬대로 그녀가 만든 우리 옷에는 바탕인 천의 염색부터 저고리에 달린 단추 하나, 치마단의 꽃무늬, 동정에 수놓은 손 바늘까지 모든 디자인과 바느질에 자연이 녹아있다.
 “단순함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멋과 편하고 소박한 우리 옷의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그녀의 당찬 포부는 댓잎 빛 치마 허리 끝 자락에도 그림을 그려 숨은 멋을 살려내는 열정과 하룻밤 꼬박 세워도 별 진전이 없어 새벽을 거부하는 장인정신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삶을 내내 살아가게 할 것이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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