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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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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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옥스퍼드대학 철학교수였던 스푸너(William Archibald Spooner 1844-1930)는 엉뚱한 말실수가 잦은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가 한번은 빅토리아여왕이 참석한 연회에서 이런 건배사를 했다. `For our queer old dean!/우리의 괴짜 학장님을 위하여!’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For our deer old queen!/우리 존경하는 연로하신 여왕님을 위하여!’였다. `디어’와 `퀴어’, `딘’과 `퀸’의 첫 글자 또는 그 발음을 바꾸거나 섞어버린 거였다.
 그의 실수목록에는 `Light a fire!/불을 밝혀라’를 `Fight a liar!/거짓말쟁이와 싸우라’했다거나 `자네는 두 학기를 낭비했다/You`ve wasted two terms.’고 해야 할 걸 ’너는 벌레 두 마리를 맛봤다/You`ve tasted two worms.’와 같은 사례도 전한다. 이처럼 어떤 단어의 첫 문자(자음, 모음 또는 형태소)가 다음 단어 또는 몇  단어 뒤에 있는 단어와 바뀌는 현상을 이르는 낱말이 스푸너 교수 이름에서 유래한 스푸너리즘(Spoonerism:두음전환)이다. 우리말의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죽으면 늙어야지’ `닮은 살걀’ 같은 흔한 오류도 이에 해당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 대해 법원이 공개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하루 3000만 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러자 조의원은, 며칠 지나면 재산을 다 물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무서워 명단을 거둘 수는 없다며 결연히 맞서고 있다. 전 재산 6억6000여만 원의 그는 법원 결정대로라면 22일 만에 빈털터리가 될 절박한 처지다.
 조의원 부인은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마누라 살 권리도 중요하다”고 했단다. 당사자의 절박한 현실적 아우성에 스푸너리즘을 끌어대기가 뭣하지만, 이 말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째 `국민의 살 권리…’로 바꿔도 스푸너교수 경우처럼 그저 웃기는 실수가 아니라, 뭔가 말이 될듯해 보인다. 가르치는 교사가 전교조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은 건 알권리 이전에 교육수요자인 국민의 `살 권리’라고 하면 이번 결정을 내린 법원은 그 또한 `가당찮은 침소봉대’라고 결정해버리고 말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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