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엄한 현실을 감싸안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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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엄한 현실을 감싸안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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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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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서숙희씨 두번째 시집 `손이 작은 그 여자’출간
첫 시집 후 10년만에…71편의 작품으로 온정의 마음 전해

 
 
두 번째 시집 `손이 작은 그 여자’(사진 오른쪽)를 펴낸 시조시인 서숙희씨.
 
 
 
 
 
 
 
 
 `조그만 쪽편지 오래오래 접은 손//그 편지 다 닳도록 차마 건네지 못한 손//가만히 호주머니 속에서 깃털처럼 파닥인 손//그 여자 손이 작아 그 사랑 잡지 못했네//그 여자 손이 작아 그 상처 다 못 가리네//그 여자 손이 너무 작아 그 눈물 다 못 닦네’
 (시 `손이 작은 그 여자’ 전문)
 
 시조시인 서숙희씨의 두 번째 시집 `손이 작은 그 여자’(동학시인선)가 출간됐다.
 첫 시집 `그대 아니어도 꽃은 피어’이후 10년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71편의 작품이 `천고마비의 시’ `김씨의 바지는 달린다’ `위험한 사랑’ `물소리를 듣다’ `목에 대한 반성문’ 등 5부로 나눠 실렸다.
 네이버의 한 블로거는 “사람의 손의 크기는 마음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외형적으로 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 줄 수 있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손이 작은 여자’는 손이 작아서 사랑을 잡지 못했고, 잡지 못한 사랑의 상처를 다 가리지 못했고, 상처로 흘린 눈물을 다 닦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주어져 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손이 작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가정하기에는 그렇지만, 악착같이, 냉정하게, 정을 떼 버리는 마음이 없다는 것은 착하고 온정이 많기 때문”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현실은 냉엄하다. 착한 사람이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그 만큼 이웃과의 삶에 있어 배려하고 양보하고 도우며 살기 때문이다. “서 시인은 `손이 작은 그 여자’를 통해 온정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본다”고 시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손진은 경주대 교수는 “서 시인의 시집에는 서정성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식물적인 생명성이 도처에 흐르며 둥글게 넘쳐나는데, 여기에서 사물과 시인, 우주는 대립이 없이 서로 스며든다”며 “이러한 원융한 세계관 속에서 사물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각진 상태를 풀고 세계 속으로 풀어지며 화해한다.
 그것은 근저에는 어느 것 하나 없이 세상의 모서리를 풀어내는 `둥근 율(律)’이라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또 “서 시인의 시 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이 `둥글음’의 정서는 앞으로 더욱 새롭게 변용되고 확장돼 한국 시조단에 뚜렷한 진폭을 거느린 둥근 울림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시집에는 제16회 한국시조작품상 수상작 `물소리를 듣다’도 수록됐으며 손 교수의 작품 해설 `세상의 모서리를 풀어놓는 둥근 율의 세계’도 실려 있다. 서 시인은 포항 기계 출생으로 1999년 현대시조 신인상 당선, 1990년 시조문학 천료, 1992년 매일신문·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6년 월간문학신인상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제 16회 한국시조 작품상과 제 11회 경상북도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포항시립 포은도서관에 근무 중이다.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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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할인율 19% 그대로 유지”

문화부, 일부 개정안 공포…출판·오프라인 서점`반발’-인터넷서점`환영’

 
 신간 도서의 할인율이 직접 가격할인과 마일리지(적립금), 할인권 제공 등을 포함해 최대 19%로 계속 유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행물 판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판매가의 10%를 초과하는 물품, 이용실적점수, 할인권 또는 상품권 등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조만간 공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점 등 간행물 판매 사업자는 신간 도서 판매가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즉 최대 10%까지 마일리지 등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지금처럼 최대 19%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도 출간 18개월 미만 신간 도서는 10%까지 가격을 할인할 수 있고 할인된 가격의 10%까지 마일리지나 할인권 등을 제공, 사실상 최대 19%까지 할인 혜택을 줄수 있다.
 문화부는 애초 지난해 말 신간 도서에 대해 직접 가격 할인과 마일리지, 할인권제공 등을 포함한 전체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올해 2월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개정안이 무산됐다.
 한편, 문화부가 신간의 전체 할인율을 지금처럼 최대 19%로 유지하기로 하자 출판계와 오프라인 서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익순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은 “특히 중소서점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며 시행규칙이 시행에 들어가면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강력한 법적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터넷 서점은 신간할인율 유지 결정을 환영했다.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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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벌거벗은 삶’
 
`오늘의 작가상’수상작 김혜나씨 `제리’출간
 방황하는 젊음들, 직선적이고 건조하게 묘사

 
 “아프다고 말하면, 이런 섹스가 정말 싫다고 말하면 그가 먼저 나를 떠날까 봐, 그가 주는 고통마저도 사라져 버릴까 봐, 삶을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그러나 일시적인 고통과 해방이 지나간 자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들만 켜켜이 쌓여 갔다.”(216쪽)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김혜나(28) 씨의 소설 `제리’(민음사 펴냄)의 주인공은 더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상처 받은 청춘이다.
 재수까지 해서 인천의 한 2년제 야간대학에 겨우 들어간 여대생인 `나’는 꿈을 묻는 말에 말문이 막히고, 구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사랑의 감정이 없었던 헤어진 연인과의 고통스러운 섹스로 그저 살아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나는 그냥, 지금의 나만 좀 아니었으면, 누군가 내 옆에 좀 있었으면……하는 바람뿐이었다.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만, 어느 누구와도 진정으로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여럿이 술을 마시는 이 순간조차도 나는 혼자라는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80쪽)
 그는 어느 날 노래바에서 시간당 3만원에 함께 놀아주는 남자를 `초이스’ 한다. 엉겁결에 고른 파트너는 아이돌그룹 멤버 같은 귀여운 얼굴의 `제리’였다.
 그 역시 `선수’로 생활하면서도 `에이스’들에 밀려 밑바닥에서 헤매고 “여기를 벗어나 봤자 어차피 다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자포자기한 인생이다. “이 구질구질한 삶만 좀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겠어. 그런데 내가 진짜로 무서운 건, 죽어서도 이대로일까 봐,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봐, 또다시 이 바닥으로만 떨어질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214쪽)
 `나’는 왠지 모를 열망으로 제리를 갈구한다. 두 청춘은 `더 이상은 도망칠 곳도 없는, 주저앉을 바닥도 없는 삶’을 원망하며 섹스를 나눈다.
 여성을 접대하는 남성 노래바 도우미를 고르는 장면을 그린 시작부터 이 소설은 `반도덕적’이다. 섹스로 소외감을 잊으려는 여주인공의 성애 장면에서도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처럼 직선적이고 건조하게 묘사되는 장면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보다는 어둡고 처절한 슬픔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소설가 박성원 씨는 심사평에서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그러나 `벌거벗은 삶’들을 정면으로 이야기한 이 충격적인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외려 슬프고 쓸쓸해진다”고 말했다.
228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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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적 상상력으로 빚은 사후세계

이평재 장편소설 `눈물의 왕’출간…동양적 판타지 그려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포착해온 소설가 이평재 씨가 첫 장편소설 `눈물의 왕’(열림원)을 펴냈다.
 신화와 환상에 집중해온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는 주인공의 모험담을 그린다.
 소설은 `수리’라는 화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수리는 동쪽의 작은 나라에서 약초를 연구하는 아버지와 이웃나라 공주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족외혼을 금하는 어머니 나라의 금기를 피해 수리를 낳았지만 이들은 늘 추적당하며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수리가 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고 아버지와 숨어 살던 수리는 자귀나무 가지로 둔갑한 노인의 손에 이끌려 `생령계’로 떨어진다.
 죽은 존재가 영혼계로 가기 전 머물며 인간계와의 인연을 끊는 공간인 생령계에 정령의 실수로 가게 된 수리는 그곳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 이후 수리는 신비로운 능력을 갖춘 `비형’과 `미르’의 도움으로 여러 사건을 헤쳐나가고 생의 윤회를 거듭한다.
 그동안 서양의 신화, 환상, 전설 등을 주로 다뤘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서양 신화적 세계가 아닌 한국적 설화를 끌어들인 동양적인 사후 세계를 그려냈다. 이 때문에 소설 속 작가가 창조한 생령계는 생경한 SF 판타지 세계와는 다른, 낯설지만 푸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작가는 “`눈물의 왕’은 죽음이 서양신화의 비인격적인 `타나토스’적 의미가 아닌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비롯됐다”며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 민담을 한 번쯤 다루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와의 채무감과 맞물려 창작됐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택한 `근거’는 삼국유사 중 신화나 설화와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기이’(奇異) 편이다. 작가는 `비형랑’과 `바리데기’ 부분 등을 차용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했으며 배경도 전설, 민담부터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들까지 한국적인 향기를 풍기는 것으로 골랐다.
284쪽. 1만1000원.  
 
 
                   >>신간
 
 ▲진주색 물감 = 안나 마리아 요클 지음. 서지희 옮김.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와 야욕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청소년 소설.
 작가는 인종 우월주의를 내세워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한 당시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A반과 B반 아이들의 대립을 통해 우화적으로 그렸다.
 학교에서 사라진 진주색 물감을 둘러싼 학생들의 권력 다툼과 진실 게임을 다룬소설은 거짓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노력이 언젠가 보답 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인 작가가 1930년대 체코 프라하에서 머물던 시절 쓴 작품이다. 1948년에야 독일에서 처음 출간됐으며 3년간 출간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거짓말과 사기라는 수단에 힘입어 권력을 추구하는 현상과,모두 힘을 합쳐야만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살림. 457쪽. 1만2천원.
 
 ▲완전히 죽다 =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미국 남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가상현실을 그린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전편에 이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주인공 수키가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표범 인간, 요정 등 초자연적 존재들을 만나 겪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미국 HBO의 TV 시리즈 `트루 블러드’의 원작이기도 하다.
 열린책들. 400쪽. 1만800원.
 
 ▲브로큰 윈도 =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의 활약을 그린 `링컨 라임 시리즈’의 여덟 번째 편.
 링컨 라임은 덴젤 워싱턴 주연 영화로도 제작된 `본 컬렉터’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지만 뛰어난 추리력으로 희대의 범죄자들을 상대한다.
 이번 소설은 세계 최대의 인간 데이터베이스망에 침투해 범행 대상을 찾고 타인에게 죄까지 뒤집어씌우는 연쇄살인마와 링컨 라임의 대결을 그린다.
 랜덤하우스코리아. 580쪽. 1만3천500원.
 
 ▲히트 아일랜드 = 가키네 료스케 지음. 김대환 옮김.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18회 야마모토슈고로상 등을 받은 작가가 선보이는 하드보일드 소설.
 도쿄 시부야를 무대로 활동하는 10대 갱단이 어느 날 정체불명의 거액을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거리의 혈투를 그린다.
 잇북. 464쪽. 1만2천800원.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폭력적인 현대사회에서 희생당하는 아이들의 파괴적인 저항을 다룬 소설집.
 제21회 메피스토상을 받으며 데뷔한 1980년생 젊은 작가가 어른들의 폭력에 대한 아이들의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응징’을 6편의 중단편에 담았다.
 북홀릭. 32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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