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매끄러운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낯설고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해야 마땅할 전과 3범과 지체부자유자의 사랑이 보통의 우리와 다르지 않거나, 혹은 우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신선한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 좁디좁은 마음이 넓어지는 경험과 함께.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 대신 교도소에서 생활하다 3년 만에 감방에서 나온 종두(설경구). 그를 기다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족들은 소식도 없이 이사갔고, 어렵게 찾아갔더니 싸늘한 냉대뿐이다.
이제 생일 지나면 서른인 종두는 세상에 적응 못 한 정신적 장애인이다.
빈 집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오아시스’라는 제목의 벽걸이 양탄자를 보는 게 유일한 일인 공주(문소리)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어느날 공주에게 막 출소한 종두가 찾아온다. 공주는 형이 냈던 뺑소니 사고로 죽은 청소부의 딸.
종두가 찾아간 이유는 그냥 궁금해서다. 오아시스 벽걸이에 비치는 창밖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공주는 종두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고, 밤에 몰래 찾아가 여자치고는 예쁜 얼굴이라고 수작을 걸기도 한다.
혼자 공상하는 것이 전부였던 그녀도 그가 싫지 않다.
서로 `공주마마’와 `홍장군’이라 부르며 생애최고의 시간을 즐기는 두 사람은 여느 연인들처럼 얼굴을 흉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색깔도 물어보며 연애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순탄치만은 않다.
어느날 둘은 공주의 아파트에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이를 우연히 방문한 공주의 오빠에게 들켜 종두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사랑에 빠져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편한 감정은 점점 없어지고 이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오아시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적어도 사랑은 있다’는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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