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제강공장 문제는 포스코 차원을 떠났다. 민심이 이반하기 시작한 단계다. 마치 모래알 같다. 길거리로 등떠밀린 근로자 5000여명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물며 이들에게 딸린 가족은 줄잡아 2만명도 넘을 것이다. 위기는 이미 불이 붙었다. 당장 근로자 5000여명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소리 높여온 정부가 실업자 떼를 만드는 짓을 하고 있다. 신제강공장의 고도제한을 무시하고 위반한 책임은 분명히 포스코와 포항시청에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벌어지는 실직 태풍의 책임은 정부가 짊어져야함을 잊지말아야 한다. 고도제한 문제 하나 해결 못하고 공사 공정 93%에 이른 공장의 준공을 막는 관계 당국자들은 그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위기는 타들어가는 도화선 같다. 실직대란에 이어 업체들의 연쇄 부도가 기다리고 있다. 포항경제가 중대위기를 맞는 단계다. 51만 시민 전체가 배를 곯는 사태도 각오해야 한다. 일파만파로 번지게 될 위기의 파도는 불길한 사태만 예견케 하고 있다. 신제강공장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포항경제는 고속질주할 태세가 갖춰진 상태였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에 앞으로 2~4년 동안 투자할 대형공사의 사업비가 2조4000억원이라는 사실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앞뒤가 꽉 막힌 정부당국자들이 포항의 앞날을 그르치려 들고 있다. 신제강공장 공사 중지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예정된 대형공사들을 줄줄이 접어야 한다. 파이넥스공장, 선재공장, 스테인리스 합리화 공사 같은 것들이다. 이 공사들의 발목이 잡히면 앞으로 10년동안 포항에서는 `망치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적막강산 같은 산업도시 포항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신제강공장 문제는 이제 51만 포항시민 전체의 중대사가 돼버렸다. 건설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지역단체, 지역 경제계도 똘똘 뭉치고 있다. 그들은 지금 한목소리로 부르짖고 있다. “신제강공장 고도제한을 완화하라” 자고로 백성의 배를 주리게 하고 잘 된 나라는 없다. 잘 나가는 포항경제를 억지로 주저앉혀 놓고 무얼 어쩌자는 건가.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하루라도 해결이 늦어지면 손해는 눈덩어리처럼 늘어난다.
정부의 결단이 하루라도 빨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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