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財閥’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진 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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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財閥’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진 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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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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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문제다. 신세계와 롯데 같은 유수 재벌은 물론 홈플러스 같은 외국 자본이 뒷골목 상권을 장악하며 생계형 슈퍼와 구멍가게에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할인가격 공세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바람에 영세한 가게는 파리를 날리거나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SSM을 규제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지만 여야가 싸우는 바람에 관련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의 구멍가게 상권 강탈을 방치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주창한 `공정한 사회’가 서민들의 뒷골목에서는 목소리를 잃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도덕한 재벌이 있다.
 특히 롯데그룹.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지난달 11일 기업형 슈퍼(SSM) `롯데 마이슈퍼’가 등장했다. 이 슈퍼가 문을 열기 전 열흘 동안 공사가 진행된 가게 앞에는 `피자가게 준비 중’이라는 작은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주변 상인들 모두 당연히 피자가게가 입점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짜잔”하고 등장한 것은 `롯데 마이슈퍼’다. 사업이 아니라 `위계에 의한 사기행위’에 가깝다. 바로 옆 건물 지하 1층에는 오래전부터 럭키마트가 영업해오고 있다. 롯데 측은 “하청업체가 공사를 맡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잘 모르겠다”고 변명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지난달 21일 롯데슈퍼가 서울 용산구 문배동 원효로에서 기습개점했다. 원효로점은 공사기간 동안 공사 가림막에 `스시뷔페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대학로에서는 피자집이라고 속이더니 이번엔 초밥집이다. 재벌이 아니라 `야바위꾼’이다. 꼼수 입점에 대해 롯데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배 째라”다.
 `하이에나’식 상권침투는 롯데만이 아니다. 꼼수의 수준 차이만 있을 뿐 신세계의 이 마트나 홈플러스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롯데와 이마트의 경쟁은 사활적이다. 유통업계 선두자리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죽어나는 건 구멍가게다. 정부만 바라보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사람은 `생수도 기업형 슈퍼가 더 싸다’며 SSM을 두둔하고 있다. 더 한심한 건 민주당이다. SSM 규제법 도입이 시급한데도 법안처리를 미뤘다.
 정부가 SSM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 협정’ 위반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삼성 테스코(홈플러스)같이 국내에 진출한 유럽 유통업체들과 통상 마찰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영국·일본 같은 WTO 회원국들은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중소상인들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 독일은 도시건설법에 따라 연면적 1200㎡, 매장면적 800㎡ 이상 시설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기존 소규모 상가들의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 입점 자체가 불가능한 `10% 가이드라인’ 제도를 적용한다. 영국은 도시계획 법령을 통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들어서는 것을 사전에 규제하고 있고, 이탈리아도 인구 1만명 이하 시는 1500㎡, 1만 명 이상은 2500㎡ 이하로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외국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는 SSM이 도움이 된다. 대량유통의 이점을 누리며 박리다매로 싼값에 생필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구멍가게나 소형슈퍼에 비해 싼 탓에 알뜰 소비자들이 몰린다. 자유시장주의에 부합된다.
 소형 유통업체도 정부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소상공인들이 오래전부터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품유통에 공동대응해왔다. 대형 유통업체가 시도할 수 없는 상품의 소량화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 들였고, 상품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일본에서는 그 결과 대형 백화점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다. 교훈이다.
 물론 소상공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롯데 같은 하이에나가 존재하는 한 살아갈 길은 막막하다. `공정한 사회’를 입으로만 떠벌일 일이 아니다. 비자금, 차명계좌, 불법상속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재벌들을 `공정’의 잣대에 붙들어 놓지 않는 한 구멍가게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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