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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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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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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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아랫목이 없는 시대인 것만 같다. 아파트가 주거환경의 큰 몫을 차지해서다. 아파트가 아니라고 해도 아궁이 대신 보일러가 난방장치라면 아랫목은 당연히 없다. 아궁이가 있는 전통가옥 온돌방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는 불목이다. 부넘기에 가까워 장판이 타다시피 검어진 자리다. 불목은 집안 어르신의 자리였다. 또한 밖에나간 가족의 밥사발을 꼭꼭 묻어두는  `사랑의 온장고’이기도 했다.
 연료가 화목에서 연탄으로 바뀌었어도 아궁이가 있다면 아랫목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연료의 `0순위’이던 연탄이 기름과 가스에 밀려 후순위가 된 것이 달라진 것일 뿐이다. 그렇고 보니 연탄은 저소득층의 연료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가 돼버렸다. 저소득층이 아니라 해도 기름값이 하늘로 치솟으면 연탄 수요가 부쩍 늘어나는 게 상례이기도 하다.
 연탄은 문풍지 떠는 소리가 요란한 날일수록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비좁은 문틈사이로 황소바람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런 날이 가장 괴로운 사람은 자다말고 연탄을 갈아야 하는 `나홀로 노인’들이다. 연탄 한 장 들기도 버거운데 잘도 꺼지니 탈이다. 불량탄은 화력도 낮을 수밖에 없다. 3.6㎏ 연탄 한 장의 화력은 기름 2ℓ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일이 확인하고 규격품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들쭉날쭉하는 날씨 따라  기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저소득층에게는 연탄의 계절이기도 하다. 연탄구멍 꼭꼭 막아 하루 2장으로 버티는 나홀로 어르신들이 석장을 때야 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그것은 제몸을 태워 남에게 헌신하는 연탄을 모독하는 행위다. 연탄을 즐겨 글감 삼은 안도현의 시가 사랑받는 계절이 됐다. `연탄 한 장’에서 조금만 옮겨 본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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