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만에 되살아난 박지원의 中華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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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되살아난 박지원의 中華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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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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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언론인 이규태 씨는 과거 조선왕조의 대명(對明) 사대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중국 수도 북경 천안문 서편 숲 속에 `습례정’(習禮亭)이라는 가로 간판을 단 팔각정부터 예를 들었다. 습례정은 중국 천자를 보기 전에 까다로운 절차와 예의를 익히기 위한 의례 연습장이다. 안에는 `황제만세만만세’라 쓰인 푯말을 상석에 앉혀 황제를 대신케 했다.
 명나라는 조선 사신이 오면 맨 끝인 구품석에 서서 나무 푯말을 향해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인 삼궤구고의 예를 연습시켰다. 삼궤구고는 그 높낮이를 최대로 벌려놓은 굴욕 인사다. 곧 `의례’라는 탈을 쓴 심복 확인이다.
 조선 사신들은 중국 황실에서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굴욕을 겪었다. 담당관리는 물론 문지기나 가마꾼에 이르기까지 조선 사신 일행을 얕보아 뒷돈 요구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었다. 그들이 가장 좋아한 것이 조선종이와 청심환이기에 이것들이 건네져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1624년 10월 13일부터 1625년 2월 27일까지 북경에 머물렀던 조선 사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천행록’을 보면 이씨조선의 사대행위가 너무도 치욕스럽다. 조선 사신들은 자금성 남쪽 입구인 오문에서 기다렸다. 황제가 거처하는 자금성에도 못 들어간 것이다. 이때 정사(正使) 죽천(竹泉) 이덕형(李德泂)이 “소신의 나라가 본디 예의지방으로 천하에 유명하오니 오랑캐와 한 반열에 서기는 부끄럽사오니 오문 안에서 조회하여지이다”라고 주청하여 겨우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조선 사절이 명나라 변방 오랑캐와 같은 대접을 받은 것이다. 허기야 이덕형 일행은 반정(反正)으로 권좌에 오른 인조의 즉위를 승인받기 위한 것이니 명나라가 얼마나 우습게 봤을까?
 죽천행록에는 이덕형이 차가운 길바닥에 엎드려 중국 고관들에게 만나기를 간청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공이 또 길가에 엎드려 손을 묶어 부비니 모두 불쌍히 여겨 칭찬하기를 `조선에 충신이 있도다’하고 `내일 도찰원으로 오라’하거늘, 공이 무수히 사례하고 관에 돌아와 앉아 파루를 기다려 마을 밖에 가 대령하니 춥기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더한지라. 사람이 다 떨고 섰더니”. 우여곡절 끝에 고관들을 만나게 되었으나 다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죽천은 섬돌을 붙들고 내쫓기지 않으려 애원하는 장면을 이렇게 기록한다. “한 대신이 갑자기 소리 질러 꾸짖되 `변방 적은 나라 신하가 우리 존위를 범하랴. 들어내 치고 문 닫으라.’ 공이 울며 빌어 가로되 `대조 모든 대인들께선 적선하소서’. 섬돌 붙들고 나오지 않으니…”지금으로 말하면 특명전권대사격인 정사(正使) 이덕형이 받은 대접이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과거 같은 중화(中華) 사대주의는 사라졌다. 청나라가 멸망한 뒤 중국은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 2대 경제 강국이다. 북한은 아예 중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다. `동북4성’이 빈말이 아니다.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진출했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유럽에도 손을 뻗고 있다. 서구에서는 황화(黃禍)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대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박지원 의원이 그 상징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작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DJ 추종세력들이 일제히 “나도 그렇게 들었다”고 편들고 나왔다. 북한에 쌀을 주라, 비료를 보내라는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사대주의를 동원해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자금성 밖 차가운 길바닥에서 애원하던 조선 사절이 연상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이 그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중국입장을 이해한다”고 자금성의 `섬돌’을 부여잡았다.
 그런 박 원내대표가 노무현 정권의 `사금고’ 역할을 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달러 뭉치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대표는 팔짝 뛰며 “법적 대응”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아직 고소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달러 수표 뭉치를 받았다는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의 폭로 증거자료를 봤다”고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의 입에서 김정일의 `비자금’을 비난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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