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직 구제역 피해가 없는 지역의 출하 -도축전쟁은 심각하달 정도다. 가축을 출하하려고 해도 도축장까지 실어나를 트럭을 빌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도축장의 수용능력마저 절대 부족한 탓이다. 도내 8개 도축장 가운데 3개는 폐쇄된 상태다. 고령도축장의 경우 하루 도축량은 소 270마리인데 600여마리가 밀려 줄을 서있다고 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송계약에 1주일, 도축 순서 기다리기에 사흘 걸린다. 건강한 소도 주사 한방에 보내버리는 판에 이렇게 힘든 도축이 어디 또 있으려나 싶기까지 하다.
게다가 구제역 인접지역은 가축이동이 제한돼있다. 백신접종한 가축은 4주 후 혈청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어야만 출하할 수 있다. 설 대목을 놓치고 출하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접종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도내에 백신접종 대상 시·군은 경산, 포항, 영천, 경주, 청도를 비롯한 10곳이다. 이미 축산 기반이 무너지다시피 한 곳과 구제역 인접지역까지 합치면 어느 곳이 안전한 곳인지 찾기조차 힘들 형편이다.
경북은 전국의 축소판이다. 전국을 통틀어보면 살처분 매몰대상 가축은 이미 130만 마리를 넘어섰다. 하루에 10만 마리 꼴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따라 살처분 직접 보상비에 갖가지 비용까지 합하면 1조3000억원이 들어간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축이 희생되고 혈세가 들어갈지 조차 추산할 길이 없다.
구제역을 잡겠다고 정부가 나설 때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한가닥 희망을 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앞서기 시작했다. 멀쩡한데도 생매장 당하는 가축의 비명 소리를 들어야 하니 국민 정서까지 이상해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려면 아직도 다섯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멀쩡한 가축을 죽여가며 버텨야 할 것인가.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 수준의 헛소문들이 국민들의 힘을 빼고 있다. 일부 장담대로 설 이전에 구제역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정부는 살처분-백신접종 정책을 재고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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