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건망증이 심한 민족’-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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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건망증이 심한 민족’-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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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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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잠시 흥분하고 “끝”
(konas)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는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에서’를 2003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인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인의 빠른 망각은 곧바로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루빈의 지적대로 우리 국민은 과거의 고통을 너무 빨리 잊는 습성이 남다르다.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까마득히 잊은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한국인은 국가를 부도위기로 몰고간 외환위기만 잊어버리는 게 아니다. 몇달 전 북한의 연평도 무차별 포격에 대한 고통도 벌써 잊기 시작했다. 포격을 당한지 1주일 만에 실시한 여론조사와 그로부터 6주일 후 전혀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그 증거다.
 작년 11월30일 여론조사에서는 북한 도발과 관련해 `강력한 대북압박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6주일 후인 올 초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온건한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48.4%나 찬성했다. 대북 강경 압박 지속은 47.3%로 줄었다. 대북 강경 보복에서 6주일 만에 대화와 타협으로 후퇴하기 시작한 것을 반영한다.
 루빈의 말대로 한국인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는 지적을 재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9월 한 여론조사는 성인 33%가 6·25 남침 연도를 모른다고 답하였다. 6·25남침을 누가 자행했느냐는 질문에는 14.6%가 북한이 아니거나 모른다고 하였다.
 한국인은 고통을 너무도 빨리 까맣게 잊어버린다. 국가나 개인은 과거와 함께 살아야 한다. 과거를 잊는 사람이나 국가는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19세기 영국의 공리주의 창시자인 존 스투어트 밀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영원한 경계심”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 행복을 지키기 위한 대가 또한 “영원한 경계심”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과거의 고통을 잊지 말며 늘 자신과 주변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국가가 입은 고통과 교훈을 쉽게 잊어버리도록 얽혀져 있다. 매일 매일 치열한 삶의 경쟁체제 속에서 국민들은 그날 그날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과거나 장래를 챙길 여유가 없다. 북한과 같은 공산독재 국가에서는 항상 “남조선 해방”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입에 달고 사는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무조건 대화” 제의를 단호히 거부하였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선행도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고통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명박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넌지시 내걸며 미소를 짓고 나설 때 거기에 현혹되어 정상회담을 위해 “무조건 대화”에 끌려갈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국민들이 과거의 고통을 빨리 잊는다는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데서 시간이 흐른 다음 국민의 망각을 이용해 북한의 “무조건 대화” 제의에 호응할 수도 있다. 정부는 대화 명분으로 종북좌익 세력의 주장대로 제2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막기 위해선 대결 보다는 대화가 요구된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차치하고 정부만은 과거의 고통을 빨리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재발방지약속·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들과 연평도의 고통을 쉽게 잊어버린다면, 제2의 연평도 비극은 물론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도 파괴되고 만다. 무엇보다 영해를 지키다 전사한 천안함 46용사의 원혼이 아직도 하늘을 떠돌고, 후배들을 구하려 바다에 뛰어들었다 산화한 한주호 준위, 연평도에서 생업에 종사하다 사망한 민간인 그리고 연평도를 지키다 사망한 해병대원의 혼(魂)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의 만행을 잊을 수 없다. 과거의 불행을 잊은 개인이나 국가는 미래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평범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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