옜다! 긴 설 연휴 영화보따리 한아름 받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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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다! 긴 설 연휴 영화보따리 한아름 받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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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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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유난히 긴 만큼 극장가 상차림도 푸짐하다. 스릴러 `상하이’부터 신작 코미디 `걸리버 여행기’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만나본다.

 
■상하이
日 진주만 폭격전 상황 다룬 시대극
존 쿠삭·궁리 등 다국적 배우 출연

 
 미국 정보부 요원 폴(존 쿠삭)은 세계열강이 치열하게 세력 다툼을 벌이던 1941년 상하이에 잠입한다.
 그는 기자로 위장해 절친한 동료 커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상하이를 주름잡는 마피아 보스 앤소니(저우룬파)와 그의 아내 애나(궁리)에게 접근한다. 폴은 애나가 일본을 상대로 한 저항군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애나를 위기에서 구해주면서 사랑을 느낀다.
 폴은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 대좌(와타나베 겐)가 커너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사실과 일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그는 일본의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상부에 보고하지만 무시되고 만다.
 `상하이’는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기 직전 전운이 감도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열강이 첨예하게 충돌한 어지러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진주만 폭격을 미리 알아차렸다면 2차대전의 판도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남긴다.
 이 영화가 가장 내세우는 것은 존 쿠삭, 궁리, 저우룬파, 와타나베 겐 등 다양한 국적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이다.
 사건을 파헤쳐가는 핵심 인물 폴 역할을 맡은 쿠삭의 연기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나온 궁리나 악역에 도전한 와타나베겐의 무게감이 더 느껴진다.
 `1408’의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이 연출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환상의 그대
노장 우디 앨런의 40번째 장편영화
불행한 인물들 통해 인생무상 표현

 
 76세의 노장 감독 우디 앨런은 그의 40번째 장편영화 `환상의 그대’에서 삶이란 아이러니로 가득 찼다고 말한다. 멕베스의 말처럼 “인생은 음향과 소란으로 가득 찬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바보들이 지껄이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멕베스’의 이런 대사로 문을 연다. 앨런 감독은 상영시간 98분간 살려고 동분서주하지만 결국은 불행을 피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듬는다.
 “인생이 덧없이 흘러가는 게 두려웠다”는 알피(앤소니 홉킨스)는 수십 년간 같이 산 부인 헬레나(젬마 존스)를 버리고 딸 또래의 샤메인(루시 펀치)과 결혼한다. 낙담한 헬레나는 “인생의 방향이 필요하다”며 점쟁이의 말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알피-헬레나의 딸 샐리(나오미 왓츠)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써 내지 못한 남편 로이(조쉬 브롤린)와 허구한 날 싸우다 갤러리에 취업하고 나서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깔끔한 매너와 돈 씀씀이에 반한다. 로이는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디아 (프리다 핀토)를 보고 흑심을 품는다.
 영화 `환상의 그대’의 원제는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다. 헬레나가 점쟁이로부터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자, 사위인 로이가 “장모님, 키 크고 어두운 피부의 남자를 만날 거예요”라며 조롱 섞인 어투로 던지는 대사를 제목으로 따왔다.
 로이의 어투처럼 영화는 인생에 대한 조롱으로 풍성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의 소설을 자기 글로 포장한 로이는 대박의 꿈을 터뜨리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실은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한다.
 보고 나서 곱씹을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리더라도 극장문을 나설 때는 삶이 쓸쓸해질지도 모른다.
 홉킨스부터 왓츠까지 출연 배우들의연기력은 너나 할 것 없이 출중하며 촘촘하고 밀도 있는 드라마에 얹히는 다양한 음악들의 힘도 강력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걸리버 여행기
18세기 고전소설 현대적으로 재해석
신선한 발상으로 시각적 재미 선사

 
 뉴욕의 신문사에서 우편물을 관리하는 걸리버(잭 블랙)는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별 볼일 없는 남자다.
 근무 중에도 기타 연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따분해 하면서도 10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짝사랑하는 여행 기사 에디터 달시(아만다 피트) 주위를 맴돌면서도 데이트를 신청할 용기도 없다.그러던 어느날 신입 직원 때문에 자극받은 걸리버는 달시에게 고백을 하려다 얼떨결에 한 거짓말때문에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를 쓰는 일을 맡게 된다.
 걸리버는 보트를 타고 혼자 항해하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손가락 크기만 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 릴리풋에 오게 된다.
 그는 적국 블레푸스크의 첩자로 몰려 갇히지만, 궁궐에 난 불을 끄고 왕의 목숨을 구하면서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18세기 동명 원작 소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원작의 풍자는 사라졌고 대중적인 재미도 크지 않다. 단조로운 스토리에 캐릭터도 빈약하다.
 코미디 배우인 잭 블랙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를 보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블랙이 이 영화에서 특유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소인들이 공장에서 작업하듯 걸리버를 위해 커피를 내리는 장면이나 `스타워즈’`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짜깁기해 무대에 올리는 대목은 발상이 흥미롭다. 또 걸리버가 블레푸스크의 군함이 발사한 포탄을 출렁거리는 배로 튕겨내거나 거인국에서 인형 취급당하는 장면도 볼거리다.
 에드윈 스타 등이 음반을 냈고 청룽(成龍)과 크리스 터커가 영화 `러시 아워’에서 부르기도 한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 `워’(War)를 걸리버와 소인들이 함께 부르는 마지막 장면도 흥겹지만, 저작권 문제로 가사가 자막으로 깔리지 않은 게 아쉽다.
 키스, 건스 앤 로지스 등의 1970~80년대 록음악을 곁들인 것은 잭 블랙의 대표작 `스쿨 오브 락’을 연상시킨다.
 애니메이션 `샤크’ `몬스터 vs 에이리언’을연출한 롭 레터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체관람가.
 
■파리 36의 기적
뮤지컬·드라마 가미…춤·노래 선사
佛 정치혼란기때 가난한 노동자 대변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1936년 파리. 유서깊은 극장 샹소니아가 경영난에 휩싸이면서 문을 닫는다.
 실의에 빠진 샹소니아의 극장 감독 피구알(제라르 쥐노)은 어린 아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해 생활비를 벌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충격에 휩싸인다.
 파시스트이자 사채업자인 갈라피아(베르나르 피에르 도나디유)의 지원을 가까스로 얻어낸 피구알은 오디션을 개최하고, 여기에 참가한 가수 두스(노라 아르네제데)의 재능을 첫 눈에 알아본다.
 두스는 첫 공연부터 대박을 터뜨리며 극장에 큰 수익을 안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샹소니아를 떠나고, 피구알은 또다시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파리 36의 기적’은 뮤지컬과 드라마가 적절하게 가미된 프랑스 영화다. 정치적혼란기였던 1936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춤과 노래, 그리고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120분을 달린다.
 특히 첫 무대에서 `파리에서 멀어지면’을 부르는 두스의 모습과 이를 경탄 어린시선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빛은 마음을 울렁이게 할 만큼 인상적이고, 출소 직후 샹소니아 극장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피구알의 모습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는 당시 사회상도 담았다. 바다로 휴가를 가는 것이 꿈이지만 주6일 근무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는 피구알과 파업을 해서 주 5일 근무제를 얻어내야 한다고 주변을 선동하는 동료 밀루(클로비스 코르니악)는 당시 가난한 파리의 노동자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들이 무대에 올린 `파리 36’도 바다로 떠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라르 쥐노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연기도 극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만 2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스토리의 흡입력이 약하고 진행속도도 느린 편이다.
 `코러스’(2004)를 만든 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의 2번째 장편영화다.
 
■127시간
협곡 갇혔던 아론랠스턴 실화 바탕
대니보일의 감각적 영상·음악 전율

 
 영화 `127’시간은 `트레인스포팅’(1996),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를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답게 대단히 감각적이다. 차지게 화면에 달라붙는 음악과 빠른 장면 전개는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마구 솟구치게할 만하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메간과 라나라는 이름의 여자들을 만난다. 그곳 지리를 손바닥 보듯 아는 아론은 그녀들에게 숨 막힐 듯이 아름다운 비경을 알려준 후 함께 다이빙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시 길 위에 홀로 선 아론은 좁디좁은 협곡을 타던 중 밑으로 추락하고, 결국 바위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한다. 그가 가진 건 산악용 로프와 등산용 칼, 그리고 물 한 병이 전부. 아론은 탈출을 감행하려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바위는 꿈적하지 않는다.
 `127시간’은 127시간 동안 협곡에 갇혀 있다가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한 아론랠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은 여행을 준비하는 아론의 들뜬 마음을 보여준다. 보일 감독은 화면분할로 한 화면에 여러 장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상적인 점은 바쁘고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과 항상 홀로 지내는 아론의 모습을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
 아론의 삶을 짧으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보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끝나면 영화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움직이지 못하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보일 감독의 야심은 아론의 팔이 바위에 끼어 협곡에 갇힌 상황부터다.
 이야기를 전개할 길이 없으니 당연히 회상 장면에 기댈 수밖에 없을 터. 영화는아론이 얼마나 대인관계에서 어설펐고, 문제가 있었던 인간이었는지를 아론의 환상을 곁들여 보여준다.
 큰 줄기의 서사가 없음에도 상영시간 94분간 그럴 듯하게 영화를 포장하는 보일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극에 묻어가는 제임스 프랭코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론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이며 이야기 자체도 풍성하지 못하다. 인생을 깊이 있게 관조하는 대신 피상적인 회한을 그렸다. 전반부의 힘찬 출발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공허해지는 이유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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