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훼손…훈민정음 해례본 `기구한 운명’
  • 경북도민일보
절도·훼손…훈민정음 해례본 `기구한 운명’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1.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이른바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왼쪽)과 기존 국보 70호 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오른쪽). 상주본은 도난품이므로 원래 소주유에게 돌려주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최근 나왔다.
 
 
대법 “상주본은 훔친 것”…1940년 발견된 안동본도 수난
 
 지난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된 국보급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은 도난품이므로 원래의 소유주에게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구한 운명이 새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 2부는 다른 고서를 구입하면서 몰래 가져간 이른바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을 반환하라며 고서·골동품 판매업자인 조모(66)씨가 이 서적을 보관 중인 배모(48)씨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주에 사는 배씨는 2008년 7월 집 수리 과정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다고 언론에 공개했으며 이 소식을 접한 상주지역 골동품업자 조씨가 자신 소유의책을 훔쳐간 것이라며 배씨를 상대로 형사 고소에 이어 민사 소송을 제기해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결국 상주에서 발견돼 절도 소동을 벌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발견된 지 3년 만에 법원 판결에 의해 도난 사실이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현존하는 또다른 훈민정음 해례본도 똑같은 절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안동본은 지난 1940년 8월에 안동군 와룡면 주하리 진성이씨 이한걸 집에서 그의 셋째 아들 이용준이 발견한 것으로 최근까지 전해져 왔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이를 뒤집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실상 도난당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동 지역 광산김씨 종택에 소장돼 있던 것을 이용준이 훔쳤다는 내용이다.
 광산 김씨 집안 사람을 비롯해 일부 전문가들은 “광산 김씨 집안의 사위였던 이용준이 1940년대 초에 처가에서 김매월당집(김시습 문집)과 함께 훈민정음 해례본을빼돌린 뒤 간송에게 팔아먹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최근에 한 국문학자가 이용준이 처가에서 책 여러 권을 훔친 사실을 실토하면서 장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쓴 편지를 공개하면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또 훈민정음 해례본이 절도 논란 뿐 아니라 훼손 우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사실은 매우 걱정스런 대목이다.
 현재 국보로 지정돼 있는 훈민정음 안동본은 서문과 발문 부분이 뜯겨져 있다.
 1940년 당시에 이용준이 책을 훔치면서 소장처를 알려주는 도장이 찍힌 부분을 뜯어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는 부분이다.
 이번 훈민정음 상주본 또한 소송에서 진 배씨측이 책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배씨는 현재 훈민정음 해례본을 여러 묶음으로 나눠 비닐봉지 같은 것으로 싸서자신만이 아는 곳에 숨겨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화재당국은 국외 유출이나 훼손 등의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안동의 한 지역인사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일컫는 `한글’의 창제 동기가 적혀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절도와 훼손 시비에 시달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권재익기자 kji@hidomin.com 
 /황경연기자 hgw@hidomi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