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양극화 체제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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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양극화 체제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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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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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리즈에 대하여-
 
김 영 환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청와대 홈페이지에 특별기획팀이 10회에 걸쳐 발표한 양극화 시한폭탄 시리즈는 논리비약과 과장이 많아 그대로 넘기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먼저 국민을 `잘 나가는 가진 자 20’과 `살기 힘든 못 가진 자 80’로 세우고, 살기 힘든 80의 적대감이 흉포화되면 계급투쟁 시한폭탄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상황 설정에 무리가 있다. 이 논리를 발전시키면 적대감ㆍ흉포화ㆍ재앙의 늪에 빠진 아프리카 내란을 연상시킨다. 양극화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그것이 아프리카형 내란과 같은 재앙을 부르는 시한폭탄이라는 불안감은 과장된 것이다.
 양극화가 없는 이상사회를 약속한 사회주의국가는 이미 소멸되었고, 양극화문제가 공식적으로 없는 노동자 천국 북한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으며 지금은 국제적 구걸에 의존하고 있다. `잘 나가는 20’이 없는 최빈국들도 양극화문제를 안고 있는 부자나라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양극화가 재앙으로 가는 시한폭탄이라는 상황설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 된다.
 시리즈는 양극화의 극점 산출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동을 착취하여 부를 누리는 기업인을 잘 나가는 20의 상징적 표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어떻게 측정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국민의 60% 이상이 자기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것은 살기 힘든 극점으로 설정한 80도 그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말이 된다.
 인기경쟁을 하는 연예인, 재능경쟁을 하는 운동선수, 학습능력경쟁을 하는 학습현장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심지어 노동도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 따라서 `잘 나가는 20’속에 들어간계층에는 재능과 능력의 덕을 본 사람도 있고 노조의 힘을 빌린 사람도 있다.
 양극화 현상 아래에서는 희망이 없다며 온 졸지에 절망감에 빠뜨리는 인식은 과장된 것이다. 양극화현상 속에는 사회정의 측면의 위험한 요소와 함께 사회발전 측면의 동인도 포함되어 있다. 불행을 안고 태어난 소년에게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없었다면 미국이 오늘날의 부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며, 고등학교만 나와도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소련경제가 붕괴된 원인은 빈부 양극화가 없는 이상사회를 만든 결과, 노동 창의성이 죽어 생산성이 낙후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도 획일화된 진로설정이 향학열을 잠재우고 대학교육을 무기력하게 만든 결과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 하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시리즈는 한국의 양극화 현상이 역사상 처음인 것처럼 설정하고, 그 원흉이 경제개발계획-압축성장-한강의 기적으로 연결되는 개발독재의 죄과라는 논리로 시작된다. 그러나 헐벗고 가난한 자를 사랑한 예수그리스도의 행적에서도 양극화를 발견할 수 있고, 양반과 상놈을 구별한 조선조에도 양극화는 있었다. 한강의 기적과 같은 경제실적이 없는 인도와 남미, 소련에도 양극화는 있으며, 불균형 성장정책이 없는 북한에서도 굶어 죽는 계층과 잘 나가는 계층이 있다.지난 세대에 이루어진 한강의 기적에 양극화 죄과를 소급 귀일시키는 역사관에 무리가 있다는 말과 같다.
 한강의 기적은 성수대교 붕괴와 함께 처참하게 파괴되고 성장논리를 제공한 서강학파는 1997년 IMF와 함께 종언을 고했다고 단정한다. 이것은 현재의 집권정부가 폐허 속에서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주장과 같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낳은 산업시설은 건재하며, IMF 이후 10년간 경제성적은 바로 그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결국 미운 역사를 한 칼에 잘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해석이 무리한 것임을 의미한다.
 기획연재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두 기둥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 정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책이므로 창의적 신상품이 아니라 재활용품이다. 시리즈가 분야별로 양극화 실태를 고발하며 제시하는 대책은 양극화문제가 아니었더라도 응당 수행해야 할 당연한 정부기능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면 미숙한 한강의 기적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으므로 지금부터 우리 손으로 원숙한 경제기적을 완성시키자며 국민을 희망 속에 통합하고, 경제성장 그늘에 가려진 빈곤을 퇴치하기 위하여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한다면 국민을 절망 속에 내몰지 않고도 특별기획의 뜻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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