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좀 봤다”는 수도이전 공약 들고 나온 민주당
“민주, 노무현정권 공약 베끼기
대선 구도 양분하고
충청권 장악 위한 `얕은 생각’”
드디어 시작됐다. 7월에 들어서자마자 민주당과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기상천외의 대선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1일 불쑥 `서울대 폐지’를 내건 데 이어, 2일에는 대선 주자인 문재인·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세종시에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分院)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충청도 수도이전’을 내걸고 당선되자 “신 행정수도로 재미 좀 봤다”는 `묻지마 공약’의 2012년 판이다.
`서울대 폐지’는 노무현 정권이 2004년 한 차례 추진했던 정책이다.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립대학을 `국립1대학’`국립2대학’ 식으로 개편하려다 스스로 포기했다. 민주당이 8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온 서울대 폐지안은 국립대를 `국립대학 서울분교’ `국립대 충북분교’ `국립대 제주분교’ 식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8년 전 포기한 것에서 이름만 변형한 것이다.
물론 서울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국립대’라는 보호막 속에 안주하며 입시경쟁만 부추기고, 순수학문 교육보다 취업전문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서울대가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느냐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서울대 폐지’는 답이 아니다. 프랑스가 1968년 대학을 `파리1대학’ `파리2대학’으로 평준화했다가 모두 `삼류’로 전락한 예가 훌륭한 교훈이다. 프랑스 대학 가운데 세계대학 랭킹 50위권에 드는 대학은 단 하나도 없다. 민주당은 서울대를 이렇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서울대는 안고 있는 문제들을 시정하면서 최고인재의 산실로, 최고의 이론과 기술을 공급하는 산학협동기관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서울대와 나라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서울대 폐지보다 더 심각한 민주당의 무책임은 `세종시에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分院) 설치’라는 공약에 들어 있다.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법으로 확정된 이후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6년이 지난 뒤 대선이 가까워오자 다시 `신행정수도’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어게인 2002’ 전략이다. 그러나 문재인, 김두관, 정세균 3인의 노무현 `신행정수도’ 공약 베끼기는 같은 당 손학규 고문이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분원 설치는 국민적 합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국가적 필요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함으로써 김이 빠지고 말았다.
문재인 고문 등이 `신행정수도’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견고하게 구축한 충청권 아성을 깰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전·충청 지지율은 박근혜(53%)-안철수(33%)로 `박근혜 압도’로 나타났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는 거의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이들은 `신행정수도’ 아니라 뭐라도 내놔야 할 처지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을 장악하지 못한 후보가 대권을 잡은 전례가 없다. `DJP 연합’이 충청도를 잡기 위한 야합이었고, 노무현의 `수도 이전’ 역시 충청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서 내지른 `묻지마 공약’이었다. 민주당이 2012년 다시 들고 나온 서울대 폐지와 `어게인 신행정수도’는 국민을 1% 대 99%로 갈라 치고, 대선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도를 차지하겠다는 얕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노무현이 “재미 좀 봤다”는 신행정수도 때문에 국민들이 겪은 갈등과 소모, 낭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세종시가 10년의 진통 끝에 엊그제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세종시가 문을 열자마자 민주당은 2002년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커녕 다시 `신행정수도’로 기름을 끼얹고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재미 좀 보겠다’는 무책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회초리를 드는 수밖에 없다. 특히 충청권 유권자들이 그들을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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