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청중수가 뉴스의 핵이 된 적이 있다. 1956년 5월 3일 신익희 야당 대선후보 유세 때 한강 백사장엔 10만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5천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인파이매 그 자체가 충격이었을 것이다.
민주화욕구가 분출한 1987년 13대 대선 때도 그랬다. 김영삼 후보의 부산 유세 날 수영만 빈터는 `사람의 바다’가 됐다. 다음날 신문들은 일제히 `부산수영만에 백만명’을 1면 컷제목으로 올렸다. 전무후무한 군중규모가 뉴스가 안 될 리 없었다. 외신은 베이징 천안문사태 때와 비교하며 `백만이 좀 못 될 것 같다’고도 했지만 어쨌든 이날 이후 선거판에는 기자들에게 청중수 과장을 턱없이 부탁하고 요구하는 행태가 보편화됐다.
지난주말 형산강하구 둔치 일원 포항불빛축제의 관람객수가 80만명이라고 매체들이 보도했다. `포항시 추산’이란 전거(典據)도 똑 같은 걸로 미루어 아마 제공된 보도자료가 토대가 아닌가 싶다. 추산방식은 어떤 것이며, 실제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 길은 없지만`아니면 말고’식으로 무책임하게 던져준 과장홍보 낚시를 덥석 문 건 아닐까? 80만명규모를 실감나게 설명할 재주는 없지만 `포항과 이웃 경주시 인구를 보탠 숫자보다 많은데…’ 싶어 다소 의심스럽다. `80만명’을 큰 제목글자로 강조한 걸 보면 군중수의 의미가 큰 모양이다. 그렇다면 읽고 듣는 이의 핀잔을 두려워해서라도 보다 합리적으로 어림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관청의 보도자료를 자조적으로 일컫던 언론계 은어가 `관급사료’인데, 요즘엔 시민들도 그 말 쓸 줄 안다. `관급사료 먹는 언론!’ 참 모멸적인 말이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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