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 변경론’출간
“변두리인 숙명 받아들여야
`나’에 대한 자신감 없어
외부세계가 행동의 기준”지적
일본인은 왜 진심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을까.
일본인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연설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뭘까.
일본인은 원래 `변두리인’의 성격을 타고났으며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 책 `일본 변경론(邊境論)’이 나왔다.
일본 고베여학원 대학 명예교수인 우치다 타츠루는 모국 독자에게는 다소 꺼림칙하게 들릴 수도 있는 `불편한 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쳤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을 `주변국’으로 몰아세운 근거는 뭘까.
일본은 극동의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시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이룩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맛봤다는 것. 이러한 특성은 종교, 언어, 문화, 정치 이데올로기 등 일본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 위치에 올라서고도 국제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해 `주변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일본인은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선행의 성공 사례를 모방할 때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선발 주자의 입장에서 타국을 이끌어야 할 처지가 되면 사고가 정지해 버립니다. 마치 일본인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또는 일본인만은 타국의 모범이 되는 것이 금지돼 있거나, 심지어 그런 일을 하면 일본인은 일본인이 아니게 돼버린다는 듯 말입니다.”(103쪽)
저자는 이러한 `변경성(邊境性)’이 일본의 국가 정체성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최신 유행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가고, 전통이나 선조의 지혜는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병적으로 침착하지 못한 성격을 가졌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반드시 단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스스로 중심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일본인은 늘 바깥세상에 있는 새로운 문물을 배우는 데 안간힘을 쓴다는 것.
스승으로부터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심정으로” 배우려는 자세 덕택에 한정된 자원과 협소한 영토에 갇혀서도 기술 최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대 일본은 이러한 `배우는 힘’을 잃어버렸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변경성이라는 일본 특유의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그의 충고는 일본 독자에게는 뼈아픈 조언으로, 한국 독자에게는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를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김경원 옮김. 갈라파고스. 324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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