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앞의 나팔꽃 덩굴 흔들림을 보고 / 지나가는 바람이 / 한숨 짓는다 의심할양이면 / 푸른 잎 뒤에 내가 숨어 탄식하는 줄 알아주오.” < 백괴엘 / 창 앞의 나팔꽃> 이른 아침 시간에 피었다가 낮에는 오므라드는 꽃잎이 아쉬움을 남기는 나팔꽃이다. 분꽃이나 봉숭아처럼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아서 토종인가 했더니 그렇지도 않은 가 보다. 서양의 시인들도 나팔꽃을 읊었고 보면 분포지역이 넓은 꽃인 모양이다. 나팔꽃은 한자어로 된 이름도 지니고 있다. 견우화 (牽牛花)라거나 조안화(朝顔花)라고도 한다. 꽃이름이 슬프게 들린다. 실제로 이 꽃에는 권력자의 횡포와 부부의 사랑이 얽힌 전설도 남아있다.
나팔꽃은 외로 감고 오르는 덩굴식물이다. 자색, 남색…. 꽃 색깔도 여러가지여서 예쁘거니와 가을까지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피어나니 더욱 친근감이 간다. 때문에 옛날부터 나팔꽃은 창가에서 사람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문일평의 호암전집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덩굴이 뻗어가는 것을 따라, 가는 노끈이나 실오리로 난간을 매어주면 그것이 창호를 가리게 되어 낮에는 그늘이 지는 것도 그럴 듯하며 혹은 그 덩굴을 방 안 천장으로 뻗어가게 하면 일층 더 운치가 있을 것이다. ”
요즘 같은 에너지 부족 시대에는 권장할 만 게 나팔꽃 같은 녹색 덩굴식물 종류다. 때마침 전기료가 오르는 날인 어제 정전사태를 걱정하는 소리가 부쩍 커졌다. 집집마다 덩굴식물로 커튼을 치면 에어컨으로 소비되는 전력을 상당량 줄일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든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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