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에 `민패’라는 게 있다. 이를 “아무 꾸밈새 없는 소박한 물건. 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평평한 물건. 민짜”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해놓고 있다. 소리만 들으면 `민폐(民弊)’로 알아듣기 십상이다. 이른바 `천연기념물’같은 민패보다는 `진드기’같은 민폐를 일상사로 겪으며 살아온 백성이어서 그럴까?
포항의 하수관거 정비 사업이 여전히 불평거리로 남아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눈총을 받는 신세가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 국비 4400억원이나 들어가는 필수사업인데도 끝없이 `소리’가 나는 것은 사업기간이 너무 긴 때문인 것 같다. 2006년에 시작돼 2019년에 끝낼 예정인 사업이다. 무려 13년에 걸친 사업이니 대역사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포항시청의 얘기는 “죄송한 줄은 알지만 참아달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더 줄이면 “참으세요”다. 어록·시문집을 찾아보면`인내’에 관해 한두마디 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 가운데 하나 이규호의 `시간’을 옮겨본다. “좀더 기다려주게/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기다려 주게 /시간은 아직 타박걸음인 걸 어쩌나/애꾸눈인 걸 어쩌나.” 민패 같은 마음씨가 느껴진다. 김용언/ 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