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필요하세요? 1루? 3루? 외야? 원하는 자리로 드릴게요.” 3년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첫날 포항야구장 밖은 암표상들의 운동장이었다. 암표상 수십 명은 저마다 입장권을 한 뭉치씩 들고는 야구장 밖을 휘젓고 다녔다. 그들 앞에는 입장권을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이 맥 풀린 표정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못 봤다 해도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훤히 보이는 것같은 광경이다.
질서와 규칙은 지켜져야 하고 또 지키기 위해 다수의 동의 아래 만들어 진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다수에게 생산성을 높이고 선순환의 혜택이 고루 돌아간다. 비록 이번엔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도 있다. 당위성은 이렇다. 그러나 다수의 약속을 가볍게 짓밟아버리는 무리들이 있다. 자신만의 잇속 챙기기에 약삭빠르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눈에는 아침 6시부터 10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아니다.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만하다.
지킬 것 지켜가며 입장권을 구하려다 실패한 사람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암표 값은 상식을 짓밟는다. 무려 5만 원을 주고 표 한 장을 간신히 손에 넣은 팬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나간 표가 도대체 얼마인가? 상실감과 좌절감과 무력감에 우울해진 팬들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야구를 사랑하는 죄’란 것도 있나?
암표를 단속해야 할 경찰은 뒷북을 쳤다. 포항남부경찰서는 “경비와 교통통제에 집중하느라 암표판매까지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고 단속이 허술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남은 경기는 철저한 단속으로 암표상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과연 경찰의 약속이 지켜질지 두고 볼 일이다. 포항야구시대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경기는 계속된다. 두 번 다시 암표상 천국이 되는 모습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포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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