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경선 10연승하자
존재감 드러내려는 안철수
민주, 더 강도 높은 검증 거쳐야”
민주통합당이 작심하고 뭔가 해보려고 나서면 꼭 안철수라는 `장애물’에 걸려 발을 헛딛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하는 바람에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불임정당’으로 전락한 이래 중요한 대목마다 안 원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스타일을 구긴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으로 분위기를 잡으려 하자 `안철수재단’ 설립이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이다, `힐링 캠프’ 출연으로 김을 뺀 것도 안 원장이다. 급기야 민주당 내에서 대선후보 경선이 `2부 리그’라는 한탄이 쏟아져 나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했다 하면 사고가 터지는 `모바일 투표’에도 문제가 있지만 안 원장이 야권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의 관심을 휘몰아간 데 따른 현상이다.
안팎의 악재 속에 문재인 후보가 후보경선에서 10연승을 기록하고, 마침내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웬걸? 문 후보가 한숨 돌리자마자 안 원장이 뛰어 들었다.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대선에 관한 입장을 공개하겠다”고 장막을 치고 나온 것이다. 안 원장의 `대선에 관한 입장’은 보나마나 `출마’다.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앞섰다는 뉴스는 안 원장의 “출마 기정사실화” 뉴스에 파묻혀버렸다. 찬물을 뒤집어 쓴 민주당과 문 후보 진영에서 `왕짜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안 원장 심기를 거스를까 속으로 삭이는 모습이다. 안 원장이 행여 불출마로 돌아서거나, 출마할 경우에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을 두려워한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확정은 추석(9월 30일) 직전이다. 추석 민심을 겨냥한 택일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 확정 직후 “대선출마”를 발표하면 추석 민심을 반분할 수 있다. 귀성길에서, 그리고 제상 앞에서 정치 화제를 민주당 후보가 독식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순진한 모습을 해온 안 원장의 정치적 계산이 간단하지않다.
그러나 민주당과 안 원장의 `위험한 동거’는 깨지기 마련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을 포함한 기성 정당을 “나쁜 정치” “구태”라고 비난해왔다. 더구나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불공정 논란으로 사분오열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일어난 공천헌금 비리의혹이 당을 휘감고 있다. 그 중심에 문재인과 `담합’했다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있다. 안 원장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권후보단일화에 나서려면 이런 민주당과 뺨을 비벼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서도 가시밭길이다. 민주당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모바일선거’를 선호하겠지만 안 원장은 결사 반대다.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주장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과 `여론조사’로 후보를 단일화했기 때문에 안 원장 요구를 거부하기도 힘들다.
결정적인 것은 후보단일화 과정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없다. 요즘 튀어 나온 안철수 거짓말보다 몇 십 배 강도 높은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 후보가 12월 대선에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안 원장에게 밀리면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처럼 민주당은 `불임정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마 당을 해산해야 할지 모른다.
민주당과 안 원장이 서로 애지중지하며 `후보단일화’의 꿈을 꾸지만 그 `위험한 동거’가 위기에 처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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