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털이
  • 김용언
농촌털이
  • 김용언
  • 승인 2012.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밖의 들은 누런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개 숙인 벼이삭이 두렁을 가리고 지나가는 바람에 물결지우고 있었다. 간간 가을걷이를 하는 곳도 있었다.” 황순원의 `일월’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농촌 곳곳에서 요즘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이미 가을걷이를 끝낸 곳도 많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하다’라고 해도 추수로 통하는 모양이다.
 농촌의 가을엔 `걷이’와 `털이’가 같은 하늘 아래 숨을 쉰다. `털이’는 열매 털어들이기 이기도 하지만 `도둑’을 뜻하기도 하니 탈이다. 풍성한 곳에 진드기 달라붙듯 하는 존재들이다. 이 농촌도둑들은 거둬들인 농산물을 창고 째 털기도 하고, 숫제 받떼기로 털어버리기도 한다. 길이 잘 닦여 있는데다, 자동차로 기동력도 갖췄으니 도심(盜心)만 꿈틀대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짓이다.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빈집털이다. 고양이 손조차도 아쉽다는 계절이니 농가는 비어있기 일쑤다. 게다가 문단속도 허술하다. 그러니 빈집털이범들은 초대장을 받은 것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실제로 농촌지역을 돌며 1억4000여만 원어치 금품을 훔친 일당이 최근 봉화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많고도 많은 사례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에만 볼 수 있는 현상도 아니다. 해마다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만 있으니 딱하다. 가중처벌이라는 것도 있는데 농촌털이범들에겐 해당되지 않는가?
 요즘 농촌엔 또다른 `주머니 털이’가 활개 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불법의료시술이다. 돌팔이들은 약물성분조차 알 수 없는 주사를 놔줘가며 돈을 챙긴다고 한다.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일대 어르신 20여명이 당했다는 소식이다.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주사를 맞고 나면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고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농촌에는 어딜 가나 이들 `털이범’들의 놀이터와 다름없는 구석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 농촌은 대책도 없이 언제까지 이렇게 허망하게 털려야만 하는가?  김용언/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